"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너무 빨리 잊을 수 있으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판단으로 이어지는 수가 있다.그 단적인 사례가 한국이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민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했던 1999년 일어났다." 로버트 루빈 전 미 재무장관은 오는 18일 출간 예정인 회고록 '불확실한 세계:월가에서 워싱턴까지 어려운 선택들(In an Uncertain World: Tough Choices from Wall Street to Washington)'에서 금융위기를 막 벗어난 한국 정부가 99년 뉴욕 금융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시도했으나 금리 수준 때문에 발행을 포기하려하는 이해할 수없는 행동을 했다고 소개했다. 11일 파이낸셜 타임스가 단독 입수해 연재하고 있는 회고록의 한국 관련 부분에따르면 루빈은 금리가 예상보다 0.25% 높아 채권 발행을 주저하던 한국의 신임 재무장관과 심한 설전을 벌였으며 금리 수준을 불문하고 채권 발행을 강행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루빈 회고록의 한국 관련 부문 요약. 『사람들은 고통스런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매우 빨리 잊을 수 있으며 이는바람직하지 못한 판단으로 이어지는 수가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한국이 금융위기이후 민간 금융시장에서 최초로 자금을 조달하려 시도했던 99년 발생했다. 민간시장에서 한국이 적당한 금리로 자금을 융통하는 것은 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의 신임 재무장관이 채권 발행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하는 길에워싱턴에 들렀다. 그의 방문에 앞서 우리 직원들은 채권 발행 금리가 기대보다 0.25%포인트 높다는 이유로 한국의 재무장관이 협정에 서명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보고했다. 파산 직전에까지 몰렸던 나라가 0.25%포인트에 연연해 채권 발행을 포기한다는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한국이 채권 발행을 통해 국제 금융시장에 재진입하는것은 0.25%포인트보다 훨씬 중요한 사안이었다. 한국 재무장관이 통역들과 함께 나의 사무실을 방문해 회의실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았다. 대화가 시작됐고 나는 "채권을 발행하려 하지만 당신이 0.25%포인트가너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금융시장에서 한국의위상을 재정립하는데 있어 0.25%포인트나 1%포인트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의 재무장관은 "0.25%포인트는 0.25%포인트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오랜 기간 시장에서 일한 경험으로 미뤄 시장 상황은 급변하기 때문에 융통할 수 있을 때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해 주었다. 채권 발행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한국은 더 많은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아마도 그 때에는금리가 보다 유리해 질 것이다. 지금 채권 발행을 포기하면 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설전은 계속됐고 잠시 후부터 나는 참을성을 잃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이 무엇을 하든 개의치 않는다. 한국은 당신의 나라지 내 나라가 아니다"고 내가 응수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내가 화를 내고 있다는 듯 바라보았다. 어쩌면 순간적으로 화를 냈는지도 모른다. 한국 정부는 금융위기에 훌륭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나는 지적인 사람들이 근시안적으로 행동하는 장면에 대응하고 있었다. 나는 골드만삭스 시절 어려움에 처해 있다가 잠시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고통스런 순간들을 잊고 0.25%포인트에 불평하는 것을 보곤 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