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측의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입이 궁극적으로 현대그룹 경영권을 노린 것으로 알려지면서그룹 앞날이 어떻게 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알려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정상영 명예회장측(29.02%)이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측(27.4%)보다 많아 정 명예회장측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이날 장마감 직전 42만3천주(전체 지분의 7.5%)를 대량 매입한 주체가정 명예회장측이라면 그의 지분은 36.52%로 현정은 회장측을 압도하게 된다. 하지만 `친척을 상대로 적대적 M&A를 했다'는 도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정명예회장이 현 회장을 밀어내고 본격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한 아직까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몽준의원의 의중도 경영권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다. ◆정 명예회장, 본격 경영 나서나= 현대그룹측은 그동안 정상영 명예회장이 경영 경험이 없는 현정은 회장을 도와줄 협력자임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21일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현대가의 친족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며 "정상영 명예회장이 앞으로 조언을 많이 해주기로 했다"고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알려진 것과는 달리 양측은 정몽헌 회장 사후 경영권을 놓고 줄곧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KCC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과 김문희(현 회장 어머니) 여사측이 계속 마찰을 빚어왔으며 (정 명예회장이) 현정은 회장의 취임도 말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갈등의 주 내용은 정씨 피가 섞이지 않은 현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는 것을 일부 현대가 인사들이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이 섣불리 현정은 회장을 밀어내고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카의 부인이 회장에 취임하는 와중에 비밀리에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빼앗았다'는 세간의 비난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현 회장을 돕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는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정 명예회장측이 현정은 회장을 대신할 전문 경영인을 회장으로선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예상이다. ◆`캐스팅 보트' 쥔 MK와 MJ= 정상영 명예회장과 현정은 회장간의 `힘겨루기'과정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은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현대중공업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의 향후 행보다.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의원이 어느쪽에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판도가 완전히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가' 일각에서는 정 회장과 정 의원이 이미 정상영 명예회장의 뜻에 동의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립적 위치'를 견지해온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측은 이번 사태에 휘말리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단 정몽헌 회장 사후 직후부터 현대그룹 지원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해온 현대차그룹측은 이같은 `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정 회장이 명예회장과 만난 일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자동차 산업에만 매진한다는 당초 입장은 불변"이라고 밝혔다.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기존에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1%를보유하고 있다. 계열분리 이전의 그룹관계사 지분의 3%이상을 보유할 수 없게 돼 있는 계열분리 요건상 추가로 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한계는 0.9%에 불과하다. 그러나 추가 지분 매입 여부와 관계없이 정의원이 정상영 명예회장쪽으로 돌아선다면 현대중공업의 기존 지분을 포함, 엘리베이터의 우호지분 비율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 현대중공업과는 별도로 정의원 개인 명의로 지분을 모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현대가의 한 관계자는 "정의원은 정상영 명예회장과 삼촌과 조카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정의원이 가신들을 탐탁지 않게 여겨온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의원이 형수인 현정은 여사쪽에 비수를 꽂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현정은 회장측 대응은= 현대그룹은 고 정몽헌 회장의 현대상선 지분의 일부를처분, 김문희씨의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 지분에 대한 정상영 명예회장의 담보빚을갚기로 하는 등 이미 정상영 명예회장의 영향력 차단에 돌입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상영 명예회장이 직접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정확한 의도는 모른다"며 "여러 상황을 놓고 다양한 대책을 강구중이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추가 확보할 계획은 없으며 자금도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대그룹측은 현재 중국 출장중인 정 명예회장이 돌아오면 직접 의중을파악한 뒤 설득 또는 타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이정진기자 hanksong@yna.co.kr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