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누구에 뒤질세라 금리를 내리던 국민은행이 금리 인상에서는 늑장을 부리고 있어 금융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예금금리 인하에 민감하고 인상에 둔감한 은행들의 행태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국내 최대 은행으로서 올 들어 금리 조정을 사실상 선도해 온 국민은행이 예금금리 인상에 주저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선도 은행으로서의 위상을 무색케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제일.기업은행이 이달 들어 정기예금 고시금리를 각각 0.1%-0.2% 포인트 올렸지만 국민은행은 일단 영업점장 우대금리만 손대고 고시금리는 시장 추이를 보아 가며 이달 중.하순께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말 두 차례에 걸쳐 0.05% 포인트씩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높인 데 이어 다음주 중 0.1% 포인트 가량 추가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히고"그러나 고시금리는 1-2주 뒤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대금리 인상은 시중 실세 금리의 상승을 반영해 영업점장이 최우수 고객들에게 추가로 전결 금리를 얹어 주는 것으로 은행 전체의 기준 금리 인상을 뜻하는 고시금리 인상에 비해서는 영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작년 말 연 4.75%였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올 들어 무려6차례에 걸쳐 0.75% 포인트 인하했고 그것도 대부분 다른 은행들에 앞서 내려 왔다는 점에서 예금금리 인상에는 매우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우리.제일.기업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도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검토 중"이라며 눈치를 살피고 있을 뿐이다. 국민은행을 포함한 일부 은행이 예금금리 인상에 인색한 것은 악화된 경영 사정을 만회하려면 예대 마진을 더 챙겨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금금리 조정의 시기와 폭을 유리한 쪽으로만 선택하는 것은 손익 관리 차원에서 필요할 수 있지만 고객들에게 너무 잇속만 챙기는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국민은행이 명실상부한 금리 선도 은행으로서 역할하려면 금리 인상에도 한 발 앞서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은행이 이달 들어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 상승에 연동해 이미 지난달부터 상당 폭 오른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