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연고주의와 부패, 관료의 과도한 재량 때문에 기업하기가 힘듭니다." "중국 정부는 현재 공장의 2배나 되는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테니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청합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중국과 각종 규제가 무성한 한국 중 어디를 선택할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는 거 아닙니까." 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주한 외국기업인 69명을 설문 조사해 내놓은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분석' 보고서와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주최로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세계화를 위한 다국적 기업의 역할 컨퍼런스'에서 쏟아진 지적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권오율 호주 그리피스대 교수에게 의뢰해 발표한 영문보고서에서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 기업가들은 △불투명하고 일관성 없는 제도 △연고주의와 부패 △관료의 과도한 재량이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기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제시된 20개 항목 중에서 이 세 가지 항목에 대해 5점 만점을 기준으로 각각 3.79,3.66,3.60을 매겼다. 이어 한국기업들과의 불공정한 경쟁(3.58), 과도한 정부 규제(3.55) 등을 꼽았다. 외국인 기업가들은 한국 노동자들의 근면성 애사심 협동심 등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낮은 영어 소통능력, 노동조합의 투쟁의식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또 사업 파트너로서 한국 기업들이 지배구조, 투명성, 공평한 경쟁 등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 주최 컨퍼런스에서는 많은 참석자들이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기업 유치 정책으로 많은 다국적기업이 한국 대신 중국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강호 KCMC 회장(한국그런포스펌프 사장)은 "중국 쑤저우에 펌프 생산공장이 있는데 얼마 전 중국 정부가 현재 공장의 2배에 이르는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테니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청했다"며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의 입장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중국과 각종 규제가 무성한 한국중 어디를 선택할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정부 관계자들이 동북아 허브정책을 내걸고 해외에 투자유치단을 파견하고 있지만 별 실효를 못 거두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윌리엄 오벌린 암참(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과 중국의 투자요건이 똑같을 경우 투자자들은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KOTRA 외국인투자 옴부즈맨인 김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극심한 노사분규가 외국인투자 유치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경제자유구역을 '노사 무분규지대'로 선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경영ㆍ김미리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