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9년 만에 가장 높은 7.2%를 기록했다. 올해 성장률이 2%냐, 3%냐를 놓고 고민 중인 한국인들의 눈엔 무척 크게 느껴지는 수치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GDP 증가율은 단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계산방법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GDP 등 경제통계를 내는 방식은 크게 '전년동기대비'와 '전기대비'로 양분된다. '전년동기대비'는 말 그대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얼마나 증가(또는 감소)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계절변화에 따른 '착시현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계산이 간편하고 이해가 쉽다는 것도 '전기대비' 계산방식에 비해 우수한 점이다. 국내 GDP는 이같은 '전년동기대비' 산출법으로 측정된다. 그러나 비교시점이 1년 전이어서 통계수치가 연속적이지 못하고 경기방향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경기가 단기적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주로 '전기대비'를 이용한다. 미국의 GDP 산출방식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전기대비 증감률은 경기추세와 무관한 요인(기후 명절 사고 등)이 포함돼 전년동기대비 증감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복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점을 감안해 '전기대비' 방식에 '연율(年率)'이라는 개념을 합쳐서 경제성장률을 도출한다. 연율이란 해당기간의 성장 추세가 1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어느 정도의 수치가 나오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전분기대비 증감률을 4제곱한 것이 연율인 셈이다. 예컨대 미국 경제가 분기에 전기대비 0.4% 성장했다고 치자. 이때 연율로는 0.4%(=1.004)를 4제곱(=1.0161)해 앞의 1을 뺀 나머지를 백분율로 환산(x1백)한 1.61%가 된다. 따라서 연율로 계산한 미국의 올 3분기 성장률(전기대비) 7.2%도 실제로는 3분기 중 1.75%(7.2의 4제곱근) 정도 성장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이 역시 고(高)성장임에는 틀림없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