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물류중심지' 계획의 걸림돌을 꼽을 때 정치권도 빼놓을 수 없다. 경제성과 장래성을 고려해 설계돼야 할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 등 국가 기간물류시설이 '우리도 만들어달라'는 지역 민심에 편승한 정치인들의 압력 때문에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불거진 경부고속철도 중간역 신설 문제가 대표적인 예. 건설교통부는 지난 9월말 노무현 대통령이 "울산에 고속철 역사가 들어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발언한 직후 울산과 경북 김천, 충북 오송 등에 중간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모두 지역구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역사 신설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곳이다. 이에 따라 경부 고속철 역사는 당초 8개(서울 용산 광명 천안ㆍ아산 대전 동대구 신경주 부산)에서 11개로 늘어나게 됐다. 지난 92년 경부고속도로 착공시 6개(서울 천안 대전 대구 경주 부산)만 만들려던 계획과 비춰보면 이런저런 정치적 고려사항이 개입하면서 역사가 2배로 늘어난 셈이다. '경부저속철'이라는 비아냥은 이래서 나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철도청은 내년 4월 1단계 개통(서울∼대구는 신선 이용, 대구∼부산은 기존 경부선 활용) 때도 기존 7개 역에다 밀양역과 구포역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부산간 운행시간은 2시간40분에서 3시간대로 길어지게 된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일부 지방공항도 정치적인 이유로 태어났다는 지적이다. 도로 철도 항공에 대한 종합적인 교통계획을 도외시한 채 'OO에만 있고 XX지역엔 없을 수 있느냐'는 지역적인 배려가 적자투성이 공항을 양산했다는 얘기다. 실제 16개 지방공항중 김해공항을 뺀 나머지 15개 공항이 9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도 2천4백96억원에 달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