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엔화는 29일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07.97엔까지 올라 2000년 11월 중순 이래 약 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가 이처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일본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이날도 엔화를 내다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시장개입을 실시한 것으로 보이나 시장은 이를 무시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1개월 사이에 엔화가치가 달러당 3엔 정도나 오르는 등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일본경제 회복을 기대한 외국 투자가들의엔화 매입을 들고 있다. 28일 공고된 중의원 선거(11월 9일 실시)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엔화매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보인다. 외국투자가들은 경기 회복기미가 두드러지자 일본 주식매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 주식시장의 평균주가는 이번 주들어 매일 100엔 이상 오르는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날도 전날보다 178.21엔 오른 1만739.22엔에 폐장됐다. 일본 국내 수출기업들의 엔화강세 전망도 엔화 절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혼다자동차는 28일 하반기 예상환율을 달러당 110엔으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혼다는 올해 연간 환율을 달러당 116엔으로 잡았었다. 닛산(日産)자동차도 달러당 120엔으로 잡았던 환율을 110엔으로 재조정했다.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 메이커들의 예상환율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업계는 엔화강세가 예상되면 엔화 확보를 위해 보유 달러화를 내다 파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이 30일로 예정된 대(對)의회 환율관련 보고에서 일본의시장개입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엔화강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단호한 시장개입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엔화강세를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의 하루 외환거래액은 1조5천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비해 한번에 개입할 수 있는 금액은 기껏해야 100억달러 정도. 시장의 전체거래액을물리적으로 압도하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시장개입의 규모와 타이밍을 잘 선택하면 `흐름'을 바꾸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게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당분간 엔화강세는 계속될 것이라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