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 시대를 맞은 지 벌써 4년째에 접어들었다. ‘두려움 반, 희망 반’으로 맞았던 뉴밀레니엄이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을 본다면 두려움을 앞서게 할 정도로 세계경기의 동반침체와 테러, 전쟁, 사스 등 각종 혼탁한 사건으로 얼룩지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최근과 같은 새로운 세기 초에 흔히 겪는 혼돈의 시대를 지나 세계경제나 한국경제 모두가 지금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대변화가 밀려올 것으로 확실시된다. 무엇보다 국제교역환경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21세기의 국제규범을 제공할 뉴라운드 개별 협상이 본격화됐다. 뉴라운드는 과거와 달리 종래에 각국의 고유문제로 간주됐던 정책과 기준, 관행을 통일시켜 ‘공정한 경쟁기반’(level playing field)을 만들어 나가는 협상이다. 멕시코 칸쿤 회담 결렬 이후 다소 불투명해지고 있지만 계획대로 뉴라운드 협상이 순조롭게 추진돼 오는 2005년부터는 새로운 국제규범이 통용될 경우 세계인들은 지구촌 사회를 실감케 될 것이다. 뉴라운드 시대에서는 미국, 한국과 같은 국가 명칭만 다를 뿐이지 경제 측면에서는 세계 각국들이 하나로 통합되기 때문이다. 물론 인접국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간의 통합움직임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뉴밀레니엄시대에 접어들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고 내년에는 러시아도 가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동안 논의 차원에 그쳤던 소위 3대 광역경제권 체제가 급속히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즉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주경제권과 독일ㆍ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경제권, 그리고 일본과 중국(경우에 따라서는 러시아 포함)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권간의 견제와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21세기의 세계경제’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는 최근 열린 ‘아세안+한ㆍ중ㆍ일 회담’ 이후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질서도 미 달러화와 유로화, 아시아 단일통화를 축으로 한 3극 통화체제가 구체화되고 있다. 세계경제 질서가 3대 광역경제권으로 재편되고 통합단계가 높아질수록 단일통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3극 체제가 정착될 경우 환율제도로 이들 세 통화간의 환율움직임에 상하제한폭이 설정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반 위에 모든 기업들은 세계경영에 한창이다. 생산거점을 가장 싼 지역으로 옮아가야 국제분업상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기업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 국경 개념이 약화되면서 ‘세계=국가=기업’이라는 등식이 빠르게 정착돼 경제활동 주체로서 기업이 더욱 중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산업구조도 이미 정보, 통신, 인터넷과 같은 첨단기술업종이 세계 국부창출의 주력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가 노동, 자본에서 지식과 정보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메인’ 경쟁력이 21세기에 새로운 국가경쟁력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기존의 제조업이 주도하는 시대에 있어서 나타나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새천년에는 경제가 성장한다 하더라도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인플레 부담이 거의 없는 ‘고성장-저물가’라는 신경제가 보편화되거나 전통적인 제조업과의 균형을 강조하는 융합경제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세계경기는 세기 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 회복세가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지역별로는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남북문제가 심화돼 세계경제 현안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으로 세계경제나 세계경영을 추진하는 국가나 기업들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이처럼 세계경제의 밀레니엄 변화 속에 우리나라도 커다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이 대두되고 있으나 한마디로 ‘저성장-고실업-고령화’로 집약되는 체질로 변화될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경제권력도 국가에서 민간으로 이동되면서 경제정책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개방화ㆍ사이버화가 진전될수록 경제정책의 무력화 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경제운용 원리로 시장경제가 중시될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들도 과거처럼 규모나 겉치레보다는 가치와 수익, 전문성 위주로 평가될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구조가 정보통신과 같은 지식산업 위주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도 근로자에서 지식인과 대주주로 옮아가면서 빈부격차가 커다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될 것이 확실시된다. 경제성장의 동인(動因)으로 조직보다 개성과 개인이 중시되면서 솔로산업과 엔터테인먼트산업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도 이른바 ‘η’, ‘Ρ’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층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내외 경제환경과 경영 패러다임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와 국내 기업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 국가전략과 경영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이를 테면 ‘밀레니엄 국가전략과 기업경영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첫째, 세계 보편적인 질서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뉴라운드와 같은 다자채널에 적극 부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교역상대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나가는 이원적 전략(two-track strategy)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도 이에 맞게 세계경영과 대외거래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둘째, 경제정책과 기업경영도 더 이상 국내 시장에 국한된 전략은 효용이 없어짐에 따라 다른 국가 혹은 외국기업과의 조화문제에 신경 써야 한다. 이를 테면 각종 관행과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게 손질한다든가 앞으로 갈수록 브랜드 이미지가 중시됨에 따라 회사명이나 로고와 상품명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 셋째, 수확체증시대에 맞게 지식업종을 전략적 품목으로 육성해야 한다. 산업정책과 기업경영도 지식산업시대에 있어서는 될 수 있는 한 종업원 자율에 맡겨 창의력을 최대한 북돋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모든 규제는 국가나 기업, 개인의 발전을 후퇴시키는 ‘경제범’이라는 자세에서 바라봐야 한다. 넷째, 국가와 기업들의 생존역량도 범위나 규모보다 위기관리 능력에서 찾을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를 미리 확보해 놓아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 환율, 금리와 같은 예측력을 높이고 가격변수 움직임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나야 한다. 국제재무전략도 함께 갖춰 놓으면 금상첨화다. 다섯째, 소액주주와 외국인, 소비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모든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기업 스스로는 내부 사정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적극 알리는 투자자 관리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는 감독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