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시멘트 산업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달아라.' 올해 기록적인 수익이 예상되는 시멘트 업계에 특명이 떨어졌다. 성숙기에 접어든 시멘트 업종의 새로운 활로 찾기가 바로 그것.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입은 상처의 흔적(대규모 부채)을 아직까지 안고 있는 시멘트 업체들은 이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새로운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등 주요 시멘트 업체들은 올해 2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통해 각사당 9백억~2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에 따른 과징금 부과,주택건설경기의 위축전망 등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2~3년간은 시멘트 업체들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현식 한화증권 애널리스트) ◆우선 빚부터 갚고 보자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흑자(약 5백억원)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쌍용양회는 1조4천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상환에 벌어들인 돈을 우선 쓰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때 셀 수 없었던(uncountable) 부채 규모가 크게 줄었다"며 "남은 부채 상환에 집중하면서 동해와 영월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이익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양시멘트는 수익 중 상당액을 지주회사격인 동양메이저에 배당할 예정이다. "동양메이저가 이 돈을 빚을 갚는 데 쓸 것"이라는 게 동양시멘트의 설명이다. 성신양회는 외환위기 직전 4천억원 규모의 막대한 설비투자를 했다. 대부분 외화 차입금으로 투자금을 조달했던 이 회사는 퇴출 직전의 위기상황까지 몰렸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1조5백억원에 이르던 차입금도 4천억원대로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남은 빚을 갚고 난 뒤 본격화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사내에 '신규 사업 리서치팀'을 꾸려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무모한 도전은 싫다 시멘트 업계가 신(新)성장엔진 모색이라는 고민에 빠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멘트는 대규모 시설투자를 필요로 한다. 다른 업종보다 높은 진입장벽 덕분에 '과점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이같은 구조 속에서 시멘트 회사들은 지난 90년대 중반에도 비관련 사업다각화 중심으로 도전했다가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무참히 실패한 것. 이같은 학습효과를 되새기며 시멘트 업체들은 다시 특명에 재도전하고 있다. 한일시멘트의 전략은 '리스크가 작은 분야에 대한 투자'와 '관련 다각화'로 요약된다. 2차전지 사업에서 쓴 맛을 본 이 회사는 2002년 4월 한국기업평가를 인수했다. 신용평가 분야가 다른 사업에 비해 리스크가 낮다는 판단에서였다. 한일시멘트는 향후 2년안에 중국에 사업거점을 만들고 2∼3개 신규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일시멘트가 구상 중인 사업은 시멘트 업종을 고려한 관련 다각화일 것"이라고 전했다. 아세아시멘트는 지난 4월 준공한 경기도 용인 공장 증설에 추가로 1백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보통신부문 계열사인 라딕스 등의 증자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여유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명확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고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