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초고속 성장으로 국제 원자재시장이 요동을 치고있다. 중국이란 "블랙홀"에 세계의 자본은 물론 철강 구리등 주요 원자재도 대규모로 빨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국제 원자재가격과 국제운임이 급등하는 것도 이런 영향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켜,세계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점차 강해지고있다. ◆철강 구리에서 시베리아 원목까지 '싹쓸이'=중국의 올해 철강석 수입규모는 1억5천만t.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철강소비국이 됐다. 최대 철강메이커인 바오산제철이 상하이 인근 작은 섬에 대규모 항만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도 내년에 2억t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석 수입을 위해서다.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구리의 수입도 올들어 40% 늘어났다. 섬유제품의 원료인 면의 수입은 올들어 9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7배 증가했다. 세계 최대 원목가구 제조국가로 부상하면서 러시아 시베리아 원목수출의 80%를 들여오고 있다. 플라스틱제품에 들어가는 폴리에틸렌도 올들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수입이 늘었다. 중국 인민들의 소득증대로 없던 시장도 창출되고 있다. '프렌치 프라이'를 만드는 냉동감자는 2년전까지는 수입이 전무했으나,이제는 세계 4위 수입국으로 급부상했다. 양식 스테이크 재료인 쇠고기 수입도 연 3만t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입국이다. ◆전세계 금속재고 사상 최저 수준으로=중국의 수입이 급증한 알루미나와 니켈은 지난 1년사이에 값이 두배 이상 뛰었다. 전세계 금속시장의 재고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를 반영,국제 원자재가격지수(CRB)는 23일 249선으로 이라크전쟁 직후인 3월26일의 228보다 10% 올랐다. 자연히 원자재를 나르는 국제선박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세계 화물운임료의 기준 지표인 런던 발틱드라이지수는 요즘 4,000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1년전보다 4배 오른 수준이다. 런던 원자재시장의 유명 애널리스트인 짐 레론은 "중국이 전세계 원자재를 싹쓸이 하면서 수급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입증대를 구조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수출용만이 아닌 내수용 수입도 크게 늘기 때문이다. 올들어 자동차판매가 30% 늘어나면서 원유수입이 같은 비율로 증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이 갑자기 둔화될 경우 세계 원자재 시장이 급격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간스탠리 홍콩법인의 앤디 자이 중국담당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 하락현상이 빠르면 내년 1월 중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고성장을 지속한다 해도 급격한 원자재 가격상승은 경기둔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미국 일본 유럽들의 경기회복 노력을 어렵게 만들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강하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