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 계열사의 지주회사인 현대상선의 지분 15.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따라서 현대엘리베이터의 회장직은 그룹을 총괄하는 상징적인 자리라고 볼 수 있다. 현정은씨의 현대엘리베이터 회장 취임으로 그동안 현대 경영권 향방을 두고 빚어졌던 억측과 전망은 사라지게 됐다. 현씨 측은 고 정몽헌 회장이 지난해 정상영 KCC 명예회장에게 2백90억원을 빌리면서 담보로 맡긴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김문희씨의 지분 중 12.5%)을 빚을 갚고 되찾아 오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지분을 잇따라 사들여 현대그룹 지배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정상영 명예회장은 우호주주로서 경영 안전판 역할만 할 것으로 보인다.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신임 회장은 "현 체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그룹을 잘 이끌어갈 것"이라며 "정상영 명예회장을 비롯한 집안 어른들과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항간에 돌고 있는 정상영 명예회장과의 마찰설을 일축하는 말이다. 범 현대가(家)도 최근 친족 회의를 열고 고 정몽헌 회장의 유족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현정은 회장체제를 거쳐 자연스럽게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넘긴다는 게 현대가의 생각이다. 실제로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씨(27)는 조만간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할 예정이다. 따라서 현 회장은 범 현대가의 후원을 받으면서 그룹을 독자적으로 경영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현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진 않을 전망이다. 기업 경영에 참여했던 경험이 없어서다. 때문에 전문 경영인체제로 그룹을 운영하되 인사권을 활용,그룹을 지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나중에 재신임을 물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주총에서 경영능력을 따져 경영진을 재신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 계열사는 모두 12개지만 현재 매각이 추진 중인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증권운용을 제외하면 실제로 엘리베이터 상선 택배 아산 증권 등 5개사가 중심이다. 현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섬에 따라 현대그룹 주요 사안을 챙겼던 구조조정본부는 조만간 해체될 전망이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그룹의 구조조정이 거의 마무리된 만큼 고인의 상속 절차만 끝나면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고 정몽헌 회장의 유업인 대북 사업이 효율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현 회장은 "현대아산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잘 일궈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 ■ 현정은 회장 약력 1972년 경기여고 졸업 1976년 이화여대 사회학과 졸업 1980~1983년:페어레이디킨슨대 대학원 수학 대한적십자사 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걸스카우트연맹 홍보.출판 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