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필요한 평균 시간은 호주 2일, 한국은 36일.' '창업시 정부의 인허가 절차는 캐나다 원스톱, 한국은 13단계.' 세계은행이 7일 발표한 '기업하기(doing business)' 보고서는 한국이 아직도 규제측면에서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동시장유연성 창업절차 금융환경 등 모든 면에서 주요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경쟁국보다 정부규제를 과도하게 받고 있어 생산성향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정부의 규제가 많을수록 사회제도의 능률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 노동시장 =덴마크의 경우 기업이 임시직 상근직 등 어떤 형태로든 사원을 고용할 수 있지만, 엘살바도르는 특정 직업에서 상근직만 뽑도록 하는 등 선진국들이 후진국보다 노동시장이 유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노동관련 법률, 고용 및 해고의 유연성, 고용 조건 등에서 경쟁국에 비해 규제가 훨씬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관련법의 경우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은 물론 중국 인도 등과 비교해서도 규제정도가 심했다. 또 기업들이 사원을 채용하거나, 해고하는 데도 규제가 많아 기업들의 신규 고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고용 규제지수에서 한국은 52로, 인도(22) 중국(33) 홍콩(33) 말레이시아(33) 보다 높았다. ◆ 창업 여건 =창업까지 필요한 기간이나 정부의 인허가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선진국일수록 창업하기가 쉬웠다. 호주는 창업하는데 평균 이틀이면 충분했다. 반면 한국에서 창업을 하려면 평균 36일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싱가포르(8) 홍콩(20) 일본(30) 등은 한국보다 소요 기간이 짧았다. 대만(43) 태국(45) 중국(55) 말레이시아(56)보다는 다소 앞섰다. 또 창업까지 거쳐야 하는 정부의 인허가는 13단계로, 아직도 창업시 불필요한 절차가 많음이 확인됐다. 싱가포르 대만 태국 인도 일본 중국 모두 창업단계가 한국보다 훨씬 간편했다. ◆ 폐업 절차 =기업을 파산 처리하는 데도 선ㆍ후진국간 차이가 많았다. 아일랜드와 일본의 경우 폐업할 때 6개월도 걸리지 않은 반면, 브라질 인도 등의 경우 기업의 문을 닫으려면, 10년 이상이 걸렸다. 한국의 경우 폐업절차는 고용시장이나 창업에 비해 경쟁국에 비해 손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폐업을 하려면 평균 1년6개월이 걸렸다. 한국은 대만(8개월), 홍콩(1년)보다는 뒤졌지만, 중국(2년6개월) 보다 앞섰다. ◆ 금융환경 =기업에 대한 대출 여건이나 채권자 보호 등 금융환경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채권자에 대한 보호 정도에서 한국은 독일 싱가포르 등과 함께 5단계 중 두 번째 국가군에 속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채권자 보호에서 홍콩 영국 뉴질랜드보다는 뒤졌지만,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보다는 앞섰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