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05930]와 세계 전자업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수십년간 지켜 온 일본의 소니. 급격하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한때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았던 두 회사의 간격이 최근 좁혀지면서 양사가 경쟁과 전략적 제휴라는 `화전(和戰)'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160GB 용량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최대 100편의 영화를 저장할 수 있고 지상파를 이용한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통해 언제든지 메이저 영화사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셋톱박스 `무비빔(MovieBeam)'을미국의 월트 디즈니사에 독점 공급키로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삼성전자측은 월트 디즈니와 같은 세계적 엔터테인먼트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해 `홈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중순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로드쇼에서 미국의 음악파일 제공업체인 냅스터와 제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용은 냅스터가 제공하는 콘텐츠(음악파일)를 재생할 수 있는 전용 MP3 기기를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례는 미래 디지털 시대의 화두가 될 `홈 네트워크'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위해서는 단순한 하드웨어 생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까지 확보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삼성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즉, 제품(하드웨어)과 서비스간 컨버전스(융합)라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움직임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의 재탄생을 외치며 공격에 나선 소니의 행보와 상당 부분 일치해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니는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드림월드 행사를 통해 디지털과 엔터테인먼트의 `컨버전스'를 통한 미래 생활상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소니를 비롯,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소니 픽처 엔터테인먼트 등이 참여한 이행사에서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소니 회장은 "소니그룹은 전자제품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하는 유일한 글로벌 기업"이라며 "디지털 TV와 영화, 음악,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가 앞으로 소니의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 행사에서 소니가 선보인 제품들은 자사의 음악, 영화 등의 콘텐츠를 채용한 첨단 A/V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소니는 또 "이르면 하반기부터 음악 다운로드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계열사의 콘텐츠를 이용, 미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대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처럼 첨예한 경쟁이 예고되는 가운데서도 두 업체는 `윈-윈' 관계를 끌어내기위한 `전략적 제휴'에 자못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차세대 저장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메모리스틱'(Memory Stick)'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소니측과 합의했다. 또 현재 세계 LCD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66570]와 필립스의합작사인 LG필립스LCD에 대응하기 위해 LCD 부문에서 양사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위한 협상을 진행중인 것도 서로의 이익을 위한 움직임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 네트워크'가 미래 전자업계의 `꽃'이 되리라는 전망이 유력한 만큼,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디지털과 엔터테인먼트간 융합 노력은 양사로서는 충돌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그러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특정 부문에서의 협력은 양사 모두 적극적인 모습을 띨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