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한경 밀레니엄 포럼' 강연에서 원화와 엔화 환율의 '탈동조화(디커플링ㆍdecoupling)'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여건이 서로 다른 만큼 원화환율이 엔화환율을 그대로 따라갈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사실상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4년간 꾸준히 '10 대 1' 안팎의 비율로 엔ㆍ달러 환율 움직임을 쫓아 왔다. 엔ㆍ달러 환율이 1엔 오르내리면 원ㆍ달러 환율은 10원가량 오르내리는 현상이 반복됐다. 국내 주가나 금리가 미국 시장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처럼 환율은 엔에 거의 예속된 듯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이처럼 원화의 움직임이 엔화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것을 '원ㆍ엔 동조화(커플링) 현상'이라고 한다. 원화가 엔화와 함께 춤을 추는 것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 대부분 일본제품과 경합하고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이같은 교역구조상 엔화환율이 올라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원화환율도 덩달아 오르는 것을 국내 외환딜러들은 당연시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의식해 원ㆍ엔간 교환비율을 '1백엔=1천원' 수준에서 관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또 원화와 엔화가 직접 거래되는 시장이 없어 양국 경제의 펀더멘털 차이가 환율에 즉각 반영되지 못하는 점도 원ㆍ엔 동조화를 부추겼다. 일본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규모가 2천억달러인데 반해 국내 외환시장은 하루 35억달러 안팎에 불과한 점도 엔화의 영향력을 높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원화와 엔화가 지나치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국내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된다. 특히 요즘 같은 환율 하락기에는 대일 경쟁력이 나아지지 않은 채 중국 대만 등과의 경쟁에선 불리한 여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