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급격한 엔화 절상(円高)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위탁해 뉴욕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재무성이 밝혔다. 위탁개입은 다른 외국 중앙은행과 협조해 공동 개입하지 않고 단독으로 해외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 해당국 은행에 위탁해 실시하는 외환시장개입을 말한다. 일본 정부와 BOJ가 미국 금융당국에 위탁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는 작년 6월 28일 이래 1년 3개월만이다. 일본 금융당국은 이날 먼저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내다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을 실시했다. 이어 도쿄 시장이 폐장된 후 거래가 시작되는 유럽 외환시장에서는 BOJ가 일본계 은행 등에 엔화판매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개입했으며 뉴욕 시장에서는 위탁개입을 실시했다. 일본 금융당국은 그러나 외환시장 개입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와 BOJ가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 자제를 촉구한 선진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의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시장 개입을 단행한 것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엔화절상이 계속되면 모처럼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가 다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무성은 또 일본 금융당국이 엔화 강세(円高)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한달 동안(8월28일-9월26일)에만 4조4천573억엔의 외환시장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의 월간 최고기록이던 지난 5월의 3조9천826억엔을 웃도는 최대규모다. 이에 따라 올들어 일본의 누적 외환시장 개입액은 13조4천800억엔으로 10조엔을 처음 넘어섰다. 이는 지금까지 외환시장 개입 연간 최대 기록인 99년의 7조6천411억엔의 배에 가까운 규모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정부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각오하고 위탁개입을 단행한 것은 환율을 110엔대에서 반드시 지키겠다는 결의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 금융당국과의 협조개입이 아니라 공개가 불가피한 위탁개입에 나섬으로써 스스로 엔화강세 저지에 한계를 노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위탁개입의 경우 자체 환율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개입사실을 공표하도록 돼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