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반도체업체들의 설비가동률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은 반도체 평균가격 상승과 이익 증가를 기대하며 여전히 설비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지속돼온 불경기와 가격경쟁을 위한 현금 확보를 위해 올들어 미미한 수준의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반도체 회사들이 지난 9개월간 이같은 방침을 고수해왔기 때문. 반도체 전문 뉴스사이트 일렉트로닉 비즈니스 뉴스에 따르면 이같은 이유로 많은 경영자들이 내년 말까지 설비투자에 소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ST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의 한 분석가는 "경기순환 단계 중 이제 막 성장 초입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여전히 현금 보유와 수익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30일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동할 수 있는 설비 여력이 아직 남아있고 신규 시설 도입에 그리 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현재 업계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단기간 안에 어느 정도 이상의 투자를 실시할 만한 분야는 300㎜ 웨이퍼 공정 도입이 시급한 D램 분야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인텔 등 11개 대형 반도체 기업 가운데 올해 4.4분기에 설비투자 규모를 늘릴 계획이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내년과 오는 2005년에는 업계의 시설투자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의 렌 젤리넥 분석가는 "내년부터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