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감사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 과거 비리적발 일변도의 감사에서 이제는 경영진단과 이에 따른 구조조정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부실 사업의 원인 규명과 처방,대내외 경영여건 변화에 따른 불안요인 제거에 감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사후 조치로서의 감사가 부실경영 차단을 위한 예방 감사로 돌아서고 있다는 얘기다. 28일 삼성에 따르면 구조조정본부 산하 경영진단팀(감사팀)은 이달 초까지 전기 화재 등의 계열사에 대한 정기 감사활동을 마무리한데 이어 엔지니어링 생명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삼성은 특히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앞두고 부실 징후나 실적 부진이 감지되는 주요 계열사 단위사업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정밀 감사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감사 시스템이 바뀌면서 각 계열사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그룹차원의 감사는 주변 환경급변에 따른 경영누수 현상을 막기 위한 일종의 경영 컨설팅에 주안을 두고 있다"며 "감사가 비리적발에 머무르지 않고 구조조정의 틀을 짜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집중 감사를 받았던 삼성전기는 이미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으며 10년만에 정기감사를 받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이 점쳐지고 있다. 그룹 감사팀은 또 수년전부터 맥킨지로부터 경영컨설팅을 받고 있는 생명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컨설팅 효과를 평가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룹 구조본의 정규 감사팀 인력은 15명 안팎. 삼성은 이에 따라 계열사에서 관련 인력들을 차출해 감사팀을 구성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외부 전문가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첨단 산업과 품목에 대한 이해를 갖추지 않고는 해당 사업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며 "보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위해 대학교수나 외부 컨설팅회사들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공계 교수들로 자문단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비리적발을 위한 감사도 한층 강화됐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에 대한 대규모 감사에선 협력업체와 적절하지 못한 관계를 맺었던 수십명의 직원들을 찾아내 징계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화재의 경우 보험가입과 대출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거나 점포 운영비 등을 방만하게 집행한 임직원들이 대거 적발됐다. 그룹 측은 감사 도중 화재 전 직원들에게 윤리교육을 실시했으며 비리가 적발되면 중징계를 감수하겠다는 개인별 각서도 모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반면 경영진단 과정에서 능력과 실적을 겸비하고도 경직된 인사시스템으로 인해 승진이나 순환보직에서 누락된 직원들을 찾아내 당사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고 있다.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조직의 활력을 북돋우고 계열사 스스로 자정기능을 강화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원화환율 하락,내년 총선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주요 계열사들의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더욱 견고히 한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