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만 해도 번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했던 미국 기업들이 요즘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주주들이 부채가 적은 깨끗한 재무제표를 원하는 데다 △여전히 생산능력이 충분하고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할 만큼 경기회복을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전화회사인 AT&T가 작년보다 투자 규모를 9억달러 줄인 대신 51억달러의 빚을 갚기로 한 게 대표적 예다. 케이블 회사인 COX커뮤니케이션은 채무구조를 단순화했다. 보유하고 있던 스프린트 PCS주식과 연계된 채무 및 전환사채 등을 정리했다. 주주들이 복잡한 채무구조를 싫어해서다.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얼마 전 9억달러의 빚도 갚았다. 이런 노력으로 COX는 2001년 12월 이후 채무를 32억달러 감축했다. IT(정보기술) 붐을 타고 90년대 무선통신 장비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던 넥스텔도 지금은 투자를 더 이상 늘리지 않고 당시 조달했던 빚을 갚는 데 주력하고 있다. 넥스텔이 최근 1년간 상환한 빚은 43억달러에 달한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존 론스키는 "기업들이 확실한 투자처가 아닌 이상 예전 처럼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만큼 경기회복을 낙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