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를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대덕연구단지는 지난 30년간 연구개발(R&D) 인프라와 고급 인력이 축적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보고(寶庫)로 통해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핀란드 '울루테크노폴리스',인도의 '방갈로' 등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대덕연구단지를 대덕벤처밸리 및 대덕테크노밸리와 종합적으로 연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전시도 이들 세 곳을 대덕밸리로 한데 묶어 '동북아 R&D 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대덕벤처밸리는 대덕연구단지의 R&D 성과물을 산업화하기 위해 최적의 조건을 갖춘 하이테크 제조벤처 기업의 집적지다. 현재 8백여개가 넘는 벤처기업과 20여개의 창업보육센터가 들어서 있다. 석사 박사만도 1만여명에 이르는 등 1만7천여명의 연구인력이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 대덕테크노밸리는 대덕연구단지의 첨단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해 연구와 생산 개발 교육 등을 유기적으로 체인화한 첨단복합 산업단지다. 오는 2007년 건설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영락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은 "국제적 스탠더드에 맞는 생활 및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세계적 수준의 국내외 기업 연구소들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 유치를 통해 대덕연구단지 내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대덕연구단지의 글로벌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대덕밸리'로 육성해야=대덕연구단지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출범했다. 지금은 민간연구소 벤처기업 및 지역 내 대학들간 교류 및 공동 연구를 지향하는 혁신 클러스터(cluster)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대덕연구단지는 한국경제와 산업성장의 한 축을 형성해왔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전자통신기술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원자력연구소는 원자력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우수한 과학 기술인력 양성에 앞장서왔다. 대전시 또한 과학기술 도시의 명성과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대덕연구단지는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리한 입지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난 30년간 첨단기술 분야의 연구개발 경험이 축적돼 있는 데다 각종 우수 지원센터가 몰려 있다. 고기능 장비를 활용하기 쉬우며 벤처업체들간 교류 등을 통해 과학기술 주체간 네트워크도 잘 구축돼 있다. 최근 들어 선진국에서는 혁신 클러스터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따라서 대덕연구단지도 연구개발 견인형 혁신 클러스트를 발전시켜 과학기술 지식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덕연구단지의 미래상은 대덕이라는 특정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0년 9월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대덕밸리를 국가 경제의 중심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대덕밸리 선포식'을 가졌다. 대덕밸리가 실리콘밸리와 같은 한국형 밸리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덕밸리를 동북아 R&D 허브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R&D 허브로 거듭나야=다국적기업들은 중국 상하이의 푸둥이나 일본의 아일랜드 시티 등 R&D 환경이 좋은 나라로 R&D 거점을 이동시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연구소는 1백6개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물류·금융중심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의 우수 두뇌와 연구기관을 유치,활용할 수 있는 R&D 허브 구축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전시는 오는 2010년까지 2조5천8백여억원을 들여 대덕연구단지 대덕벤처밸리 대덕테크노밸리 등을 벨트화,동북아 R&D 허브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0년까지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러시아 등에 이어 한국을 세계 7대 기술보유국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대전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대덕밸리를 R&D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연구기관들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된 10대 산업의 38개 품목을 개발하게 된다. 기술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따라서 대덕단지의 특구 지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결론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