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유수의 IT(정보기술)기업 및 가전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글로벌 전자·IT기업간 짝짓기 열풍의 중심에 삼성전자가 서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가 올해 세계 주요 기업들과 체결한 전략적 제휴는 1월 일본 마쓰시타와 DVD레코더 표준화 제휴를 비롯 10건을 넘는다. 2000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의 제휴가 12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증가세다. 삼성전자는 22일 일본 도시바와 광저장기기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다. 현재 세계 광저장기기 시장에선 LG전자와 히타치가 합작 설립한 '히타치-LG 데이터스토리지'(HLDS)가 23.3%의 점유율로 1위,대만 라이트온이 16.3%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각각 3위(13.6%)와 5위(5.4%)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과 도시바는 이번 제휴를 계기로 시장 열세에서 벗어나 당장 업계 2위로 올라선 뒤 향후 1위 자리를 노린다는 전략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또 일본 소니와 연내 LCD(액정표시장치) 부문에서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합작사는 LG전자와 필립스가 설립한 LG필립스LCD와 유사한 형태지만 LCD사업 전체를 분리시키지는 않고 일부 라인만 소니와 합작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LCD 사업부문을 현물 출자하고 소니는 이에 맞먹는 규모의 자금을 대 지분을 확보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LCD 패널 부문에서 LG필립스LCD에 빼앗긴 1위를 되찾는 한편 디지털TV 분야에서 소니의 높은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8월 소니와 메모리스틱 분야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했다. 양사는 삼성전자 제품의 메모리스틱 채용 확대와 개발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앞으로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 등까지 라인업을 확대해 공동으로 메모리스틱의 보급 및 확대를 추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또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노키아 IBM 등 세계 16개 기업과 홈네트워크 표준화 기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협력체를 결성했다. 일본 산요와는 가정용 에어컨을 공동 개발키로 합의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다른 기업들과 잇따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있는 것은 '기업간 짝짓기'가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등장한 세계 IT 업계의 흐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세대 성장산업의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는 동시에 독자행보로 인한 위험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IT 선도기업으로 부상한 것도 전략적 제휴가 부쩍 많아진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휴를 맺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주가가 오름세를 타는 등 부가가치 효과가 있다는 점을 노리고 먼저 손짓하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제휴 분야가 다양하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주력 분야인 반도체는 물론 에어컨 등 백색가전,홈네트워크 등 차세대 사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커버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받는 대접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며 "앞으로 IT 및 가전분야의 차세대 성장사업에서 삼성전자와 손을 잡으려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