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22일 수감생활 7개월만에 법원의 보석결정으로 풀려남에 따라 최 회장 복귀에 따른 SK그룹의 앞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3위인 SK그룹은 오너인 최 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 22일 이후 손길승 그룹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돼왔으나 그룹의 구심점인 최 회장이 풀려남에 따라 그동안 흐트러졌던 경영체제의 재정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경영복귀에 관심집중 = 최 회장의 경영복귀와 관련, SK 안팎에서는 "사회분위기상 당장 경영복귀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 회장 본인은 빠른 경영복귀를 강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 회장이 "이번 사태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지만 유죄판결을 받은 재벌2세에 대한 사회전반의 부정적인 여론 등 여러가지 여건상 당분간은 경영일선에 나서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그룹 내부에서는 7개월 이상 파행적으로 운영돼온 그룹의 경영이 최 회장의 보석으로 차츰 정상화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나타냈다. 우선 최 회장 구속 후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소버린 자산운용의 주주권 행사시한이 임박한 시점에서 최 회장이 풀려남에 따라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버린은 최초로 SK㈜ 주식을 매집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인 오는 26일부터 독자적인 임시주총 소집과 이사해임 건의가 가능해져 임시주총 소집을 통한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버린과의 관계정립에 우왕좌왕했던 SK㈜는 오너인 최 회장이 제자리를 잡을 경우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에 적극적이고 용의주도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안 '올스톱' 상태였던 중국사업도 최 회장의 복귀로 정상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손 회장 거취 어떻게 되나 = SK그룹은 최 회장 구속 전까지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투톱체제'라는, 다른 그룹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최 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부터는 손 회장과 각 계열사 사장단이 중심이 된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돼왔으며 최근 구조조정본부 해체와 SK㈜ 투자관리실 신설등 일련의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손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경영구도로 변모했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손 회장은 최근 SK해운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참여연대와 소버린, SK㈜ 소액주주연합회 등으로부터 퇴진압력을 받아왔다. 그 때마다 손 회장은 "그룹의 구심점인 최태원 회장이 구속돼 있는 상태에서 내가 물러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면서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물러날 때가 되면 물러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이상 어떤 식으로든 손 회장의 거취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중심이 된 오너 측근그룹이 다시 경영일선으로 부상하면 손 회장이 중심이 된 전문경영인 그룹이 자연스럽게 경영 2선으로 퇴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복귀하면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투톱체제'라는 기존의 경영체제가 복원될 것"이라며 "최 회장이 복귀한다 해서 손 회장이 물러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대적 인사태풍 불듯 = SK그룹 안팎에서는 오너인 최 회장이 7개월 이상 수감생활을 한 것에 대해 보좌진이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SK㈜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하면서 들어갔는데 6개월 이상이나 수감생활을 하도록 한 것은 회사의 위기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SK그룹 내부에서는 조만간 대대적인 인사태풍이 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개월 이상 지속된 'SK사태'로 흐트러진 조직기강을 바로잡으면서 오너의 공백으로 발생한 경영권 혼돈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분위기 쇄신 차원의 대규모 인사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