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강타로 부산항뿐만 아니라 녹산공단 해운대관광특구 등 부산 경제의 3대 거점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비틀거리고 있다. 녹산공단에는 부산 기업의 3분의 1 정도가 몰려 있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이날 공장문을 열었지만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전기와 통신 두절로 사실상 휴업상태다. 한전과 공단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전기와 통신 복구를 다그치는 기업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바닷물이 전기설비에 스며들어 누전 등의 우려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며 "16일 오전께는 복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매미'로 피해를 입은 기업은 공단 입주 7백70여개사 가운데 3백여개사로 피해 규모는 4백6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녹산공단의 피해가 컸던 것은 공단의 남쪽 면과 접해 있는 바다가 만조 시간에 태풍을 만나 해일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태풍을 막아줄 수 있는 방파제 등 방지시설이 없는 것도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이다. 바닷가 쪽에 위치한 1백50여개사는 침수되거나 바닷물과 함께 날아온 각종 파편에 맞아 공장 건물 자체가 파손된 모습이다. 해운대 관광특구도 흔들거리고 있다. 해운대의 관광자원인 아쿠아리움 해상호텔 요트경기장 등이 큰 타격을 받아 관광특구와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지로서의 기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행사 운영자들은 당장 오는 10월2일 해운대 일대에서 열리는 국제모터쇼와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해양대제전 등 대규모 국제행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부산 관광객의 절반 정도가 찾는 해운대 아쿠아리움은 "태풍 피해로 지하상가가 완전히 물에 잠기고 부대시설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다음달 국제행사에 참석하는 관광객들의 아쿠아리움 방문을 인근 호텔과 연계상품으로 계약까지 했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의 해상관광호텔인 해운대 해상관광호텔도 태풍으로 인해 45도로 기울어져 사실상 전복 위기에 놓여 있다. 매달 1만2천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수영만 요트경기장도 거센 파도로 선박계류장의 시설물 80여개가 파손돼 사실상 관광객의 통행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부산항은 신감만 부두와 자성대 부두의 크레인 11기가 쓰러지면서 태풍이 지나간 지 사흘째이지만 화물 처리는 여전히 파행상태다. 크레인 6기가 전복된 신감만 부두는 부두 기능을 상실해 지난 13일 컨테이너를 하역할 예정이었던 대형 선박 2척 등 7척이 접안하지 못하고 부산외항에 대기 중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