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논의된 농산물 시장개방 방식에 대해 국내 농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함에 따라 내년 말까지 예정된 도하개발아젠다(DDA) 전체협상에서 한국이 큰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WTO 협상에 대한 농민 단체들의 반발은 칠레 정부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안 국회 비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WTO 무역협상은 일괄타결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농산물 분야만 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농민들의 반발로 WTO 협상 타결안이 국회에서 비준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은 WTO에서 제명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은 작년에 칠레 정부와 가체결한 FTA안이 농민들의 반발과 국회의원들의 눈치보기로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FTA는 양자간 협상이기 때문에 협정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한국이 당장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WTO 회원국들에 적용되는 최혜국(MFN) 대우를 그대로 적용받기 때문에 통상적인 수출입에는 차질이 없다. 그러나 내년 말까지 확정돼 2005년중 회원국별로 의회 비준을 받도록 일정이 잡혀져 있는 WTO 최종타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한국은 WTO 회원국 지위를 상실하게 되고, 지금까지 적용받아온 최혜국 대우도 자동적으로 박탈된다. 미국 유럽 중국 등 거의 모든 해외시장에서 한국 상품은 차별적인 대우를 받기 때문에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발생한다. 김의수 재정경제부 DDA대책반장은 "WTO 협상원칙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WTO에서 탈퇴하든지 양자택일하는 일괄타결(single undertaking)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며 "농민들의 반발로 농산물 시장개방안에 대해서만 적용을 유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WTO의 농산물시장 개방안에 대한 농민단체들과 정치권의 반발은 한ㆍ칠레간 FTA 국회 비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게 확실하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찬반논란이 거세질수록 사과 포도 등 농산물 수입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된 한ㆍ칠레간 FTA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또 농산물 시장개방안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로 향후 협상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는 농산물 시장을 최소한으로 개방하되 공산품 시장에서는 적극적인 시장개방 공세를 편다는 협상전략을 준비했으나 농산물 개방 논란으로 어려움이 커졌다"며 "향후 협상이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