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삼성, LG 등 재벌계 카드사들의 기업구매카드 결제 가운데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고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계 카드사들이 수입비중이 가장 큰 대출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 계열사의 기업구매 카드 결제를 활용하고 있어 다른 카드사들과 형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나오고 있다. 9개 전업 카드사들이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조재환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6월 말까지 현대와 삼성, LG의 기업구매 카드 결제 규모중 계열사의 비중은 66∼93%에 달했다. 재벌계 카드사별로는 현대가 93.5%로 가장 높았고 삼성(80.6%), LG(66.7%) 등이뒤를 이었으며 롯데는 지난해 12월 동양카드를 인수하면서 뒤늦게 카드 사업에 뛰어들어 재벌계 카드사 중 유일하게 기업구매 카드 결제 실적이 없었다. 반면 비재벌계 카드사 중 국민과 외환은 기업구매 카드 결제 가운데 계열사 비중이 각각 34.0%와 8.9%에 불과해 재벌계 카드사들보다 훨씬 낮았고 비씨, 우리, 신한은 계열사 결제가 없었다. 기업구매 카드란 기업 간 물품 거래를 할 때 어음 대신에 사용하는 결제수단으로 이용 실적이 결제 서비스로 집계 되고 정부가 내년 말부터 결제 서비스와 대출서비스 비중을 50대 50으로 맞추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기업구매 카드 결제 실적이많을 수록 대출 서비스를 더 늘릴 수 있다. 비재벌계 카드사들은 이에 따라 재벌계 카드사들이 계열사의 기업구매 카드 결제를 통해 대출 서비스 가능 범위를 늘리고 있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 현대의 계열사 기업구매 카드 결제 비중은 지난해의 67.0%보다 26.5% 포인트나 급증했고 LG도 57.0%에서 66.7%로 9.7% 포인트가 높아졌다. 삼성은 올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1.2%포인트 감소했지만 기업구매 카드 결제 규모 중 계열사가 80% 이상을 차지해 여전히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의원은 "경쟁의 형평성 문제 뿐만 아니라 재벌들이 계열사의 기업구매 카드결제를 통해 금융시장 위기의 주범이었던 계열 카드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감독 당국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 감독 당국은 이에 대해 "올 2월부터 계열사의 기업구매 카드 결제 규모를자기 계열에 대한 여신한도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규정해 재벌계 카드사들도 계열사를 통해 기업구매 카드 실적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