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삭스가 지난 4일(미국 시간) 뉴욕 증시에서 국민은행 주식예탁증서(ADR)를 대거 매각하기 6일전에 국민은행에 대해 매수 추천 보고서를 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골드만 삭스가 국민은행 ADR 처분을 통해 얻은 차익은 2천746억원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8일 애널리스트 2명이 작성한 60쪽 분량의 국민은행 관련영문 보고서를 통해 투자의견을 당초 `시장수익률'에서 `시장상회'로 상향하고 내년1.4분기부터 이익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국민은행을 아시아.태평양 투자리스트(CIL)에 편입시킨다고밝히고 12개월 목표가를 종전 3만1천원에서 5만6천7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주식은 국내시장에서 29일부터 나흘간 약 15% 가까운 5천여원이나 올랐고 미국시장에서 ADR가격도 지난달 27일 34.67달러에서 이달 3일 39.23달러로 상승했다. 국민은행 ADR은 그러나 골드만 삭스가 4일 장외거래를 통해 1천300만주를 매각하면서 35.99달러로 8.26% 급락했다. 1주당 매각 가격은 35.78달러(한화 4만2천원)로 한국증시의 4일 종가(4만3천350원)보다 7% 정도 낮았고 뉴욕증시의 ADR 종가(36달러)보다도 0.6%가 낮았다. 그러나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1월 전환사채(CB)를 국민은행 ADR로 전환해 취득할 당시 1주당 가격이 2만2천124원이었고 지난해말 1주당 1천원의 배당소득까지 획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차익은 2천746억2천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주식과 관련한 골드만삭스의 최근 일련의 행동을 두고 증권가에선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는 비판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국내외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골드만삭스가 국내외 투자가들이 볼 수 있는 영문리포트를 통해 매수추천 의견을 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매수추천 보고서를 낸지 24시간이 지나 매매하는 것은 금융감독원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국내 증권사가 유사한 일을 했을 경우최고경영자가 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도덕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의 차익실현이 있은 뒤 5일 국내증시에서는 국민은행 주식이 6.50%(2천950원) 떨어진 4만2천400원으로 장을 마쳤고, 외국계 증권사들은 이날 국민은행 주식을 126만여주나 매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