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가운데 정부가 '외국인 투자유치 종합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넘쳐나고 있지만 국내 제조업 등 산업기반 투자에 대해서는 외국 주요 기업들의 외면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원인을 찾아 '해법'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세감면과 현금보조(cash grant) 등을 뼈대로 한 이번 대책만으로는 중국 싱가포르 등 주변국들로 향하는 외국인 기업들의 발길을 돌려세우기에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투자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로 떠오른 노조 과잉보호 등 경영환경 개선 문제에 범정부적인 노력이 모아져야 한다는 주문이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다. ◆ 외국인투자 현금 지원 이번 종합대책의 골자는 고도 산업기술 수반 사업등에 1천만달러 이상(R&D 시설은 5백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계 기업에 대해 현금 지원을 해준다는 것 등이다. 현재 한국에 입주해 있는 독일 바스프사의 경우 분양가 차액 보조와 고용훈련보조금 명목으로 투자액의 9.2% 가량을 되돌려 받고 있다. 여기에 입지지원비와 설비투자비 등 10% 이상의 추가 현금 지원을 더해 현금 보조를 싱가포르 수준인 20%선까지 끌어올린다는 것. 정부는 구체적인 지원내용과 절차를 시행령에서 정할 예정이지만 현금보상비율 상한선은 따로 정하지 않고 △투자금액 △고용창출 효과 △예상 세수 규모 등을 감안,투자 건별로 지원비율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투자 기업의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부와 검찰청, 경찰청 등에 외국인투자 기업 노사분규 전담자를 두기로 했다. 또 외국인투자 기업에서 노사분규가 발생할 경우 국내기업과 다른 특수 조정절차를 통해 해결토록 돕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 외국인 병원과 학교 등도 지원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외국인들이 먹고 입고 즐기는데 불편이 없도록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방안도 종합적으로 추진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교육 의료 교통 주거 등 분야별 개선 과제를 올해 중 선별, '외국인 생활환경개선 5개년계획'을 수립해 내년부터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외국 교육기관과 의료기관의 국내 설립이 완화될 전망이다. 외국인학교 재단에 대한 기부금의 손비 인정,생활환경시설에 대한 국ㆍ공유 재산의 수의계약, 임대료 감면제 도입 등도 강구된다. 또 서울 후암동 옛 수도여고 부지와 경남 진사공단에 외국인 종합학교를 우선 신설해 8천여명의 외국인 자녀들을 수용하고 향후 용산 미군기지 이전부지 및 판교 신도시 등에 국제 수준의 외국인 학교를 추가로 설립키로 했다. ◆ 전방위 투자유치 로비 정부는 이와 같은 투자유치 종합대책을 토대로 굴지의 다국적 기업 투자유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외국인투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초청해 투자유치에 나서는 등 전방위 마케팅에 들어가기로 했다. 최근 국내에 R&D센터 설립을 발표한 인텔의 사례가 외국기업들의 국내 러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에 이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IBM, 휴렛팩커드(HP), 다우코닝, 3M 등이 국내에 R&D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IBM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텔레매틱스 분야 전문연구소를 설립키로 했다. 또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과 게리 앤더슨 다우코닝 회장 등도 노 대통령의 초청으로 연내 방한, 연구소 설립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