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노동시장, 정부의 시장 개입 및 기업활동규제, 과도한 사회보장제도, 통일의 휴유증이 독일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한국은행이 29일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내면서 '침체(Recession)'에 빠진 독일 경제의 모습을 분석한 「독일의 경제구조 개혁 노력과 경기회복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올 해 2.4분기 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를 기록, 작년 4.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침체'에 진입했다. 유럽 경제의 기관차인 독일 경제가 2001년 이후 성장률이 급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경기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유럽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벤치 마킹' 대상이었던 독일 경제가 이처럼 중병에 걸린 것은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가계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한데다 유로화 강세 영향으로 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에도 '침체'를 겪은 적이 있는 독일 경제가 1년 6개월만에 다시 '리세션'에 진입한 것은 경기순환 요인보다 경직적인 노동시장, 과도한 사회보장제도,정부의 시장 개입 및 기업활동 규제, 통일의 후유증 등 경제구조의 취약성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이 중 경직적인 노동시장, 정부의 시장 개입 및 기업활동 규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인데다 과도한 사회보장제도와 통일의 휴유증은 우리나라도 유사한 길을 걷게될 가능성이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고서는 독일에서 기업이 창업 인가를 얻는데 90일이 걸려 미국(7일)과 영국(11일)에 비해 긴 편이며 수공업 부문의 창업을 위해서는 '장인(匠人)'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시장 규제로 신규산업 진출 및 기업간 경쟁이 어려워 독일의 산업구조는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비즈니스위크'지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100대 IT기업 중 독일 기업은 1개에 불과, 미국(44개), 대만(11개), 일본(9개), 한국.프랑스.캐나다(4개) 등에 크게밀리고 있다. 독일의 조세 및 사회보장비 부담은 GDP 대비 40.7%로 미국(28.9%), 영국(37.7%)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임금 이외의 간접노동비용이 전체 노동비용의 44%에 달해 기업들이 신규고용을 기피하고 있고 실업급여가 지나치게 관대해 1년 이상 장기 실업자가 전체 실업자의 47.9%로 미국(8.5%), 영국(23.1%) 보다 훨씬 많다. 보고서는 막대한 통일 비용 지출도 독일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현재까지 통일비용으로 약 1조달러가 지출됐으며 구 서독지역에서는 통일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1991년부터 신설된 통일세(소득세의 6.5%)를 지금도 부담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독일 GDP의 3%에 해당하는 800억유로가 통일비용으로 들어갔으며대부분이 구 동독지역의 고용사정 악화에 따른 실업 급여 등 사회보장비로 쓰여졌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 셈이다. 구 동독지역에 대한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중 동독지역의 실업률은18.7%로 서독지역(8.4%)의 2배를 넘었다. 경기침체와 실업자 증가에 위기감을 느낀 독일 정부는 지난 3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사회보장제도 개혁, 세율 인하 및 세제 개혁, 관료주의적 규제 철폐 등의 구조개혁안('Agenda 2010') 발표하는 등 경제 회생에 총력을 쏟고 있다. 구조개혁안에는 산업별 단체교섭 방식의 임금 교섭 등으로 노동조합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내년부터는 개별 기업단위의 임금교섭을 허용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개별 기업단위의 임금교섭 대신 산별 단체협상으로 바뀌면서 노조의 힘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독일이 많은 비용을 지불한 뒤 경제 실패의 요인으로 지목해 필사적으로 개혁하려고 하는 것을 우리나라는 뒤따라가려고 하는 형국이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은 독일 정부의 구조개혁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금년 하반기중 미약하나마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 내년에는 1.7% 안팎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