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한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필리핀 페소화의 불안정이 지난 97년 당시와 같이 다른 동남아 지역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했다. 필리핀 페소화는 지난달 군부 소장파의 쿠데타 기도가 일어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1달러에 53.50페소로 거래됐으나 그 이후 하락을 거듭, 지난 26일에는 31개월만의 최저치인 55.60페소까지 떨어졌다. 이는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97년의 기록적인 55.75페소에 근접한 것이다. 당시 태국 바트화의 급락으로 시작된 위기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은 물론 한국과 대만 화폐의 일대 폭락사태를 빚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페소화의 가치하락이 97년 당시와 같은 금융폭풍으로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동남아 지역의 강력한 경제기반과 분별력 있는 투자자들을 그 이유로 들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지역경제모니터실 프라둠나 라나 실장은 "공황 상태에 빠져 외국투자자는 물론 현지 투자자도 무조건 떠나던 지난 97년과 같은 집단 행동을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페소화 하락이 필리핀 경제기반의 문제 때문이라기 보다는 불안정한 국내 정치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다른 이웃 국가들의 통화는 현재 안정적이고오히려 절상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27일 페소화 안정을 위해 "투기꾼들을엄격히 단속하고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가능한 통화수단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호세 이시드로 카마초 필리핀 재무장관은 최근 페소화 하락은 경제때문이 아닌 정치적 불안 때문이라면서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5%에달할 정도로 경제기반은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쿠데타 기도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필리핀 경제가 강력히 성장할 것이라면서 수출증가 및 주택건설사업,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지원금 확대 등을 그같은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마닐라 AP.AFP=연합뉴스)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