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올 추석을 겨냥해 수입한 각종 수산물과 농산물 등 수입 제수용품들이 부두 반출을 못해 추석 대목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특히 추석이 예전보다 빨리 찾아온데다 올 여름 잦은 비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아 추석물가에 비상이 걸린 상태여서 이들 수입 제수용품 공급마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수용품 가격이 폭등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부산 서구 남부민동 T상사는 이번 추석에 대비해 조기 등 모두 50여t을 수입했으나 화물파업 여파로 지금까지 전혀 부두 반출을 못하고 있다. T상사는 현재 수입 제수용품을 실은 냉동컨테이너 6개가 부두에 묶여 있는 실정이며 언제까지 반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약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 추석을 겨냥해 명태포 50t과 조기 등 냉동 수산물 50t을 수입했으나 명태포만 지난주 겨우 반출했다"며 "화물파업이 이번주를 넘길 경우 반출하지 못한 조기 등은 사실상 판매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수산물 수입업체인 I무역도 건새우를 실은 컨테이너 2개가 부산항 부두에 묶여 있는 상태로 도매업체 납품기일을 벌써 1주일이나 넘기고 있다. 이 회사는 매주 1∼2개씩의 수입 컨테이너를 반출해 도매업체에 넘기고 있으나 이번 파업에 따라 수입컨테이너 반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일손을 놓고 있다. 일본 수산물을 수입하는 K사도 이번 추석에 맞춰 모두 3억원어치의 명태포를 수입했으나 1주일을 넘기고도 부두 반출을 못하고 있다. 부산 신선대터미널의 경우 26일 오전까지 모두 1천41개의 냉동 컨테이너가 부두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여 있다. 다른 부산항 각 터미널마다 수입 농수축산물을 실은 냉동 컨테이너가 5백개에서 1천여개씩 쌓여 있는 실정이다. 수입 수산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자 부산 자갈치시장 등 재래시장에서의 제수용 어류 가격이 벌써부터 들먹거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농업유통은 올해 추석상을 차리려면 지난해보다 비용이 약 20% 오른 16만8천원(4인 가족 기준)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수용으로 사용되는 수입산 조기의 경우 2만원에서 2만5천원선이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3만원을 웃돌고 있다. 추석 직전에는 4만원까지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추석 대목을 겨냥해 제수용 및 선물용 주류를 공급하는 전북 군산의 한 주류공장에서도 추석을 앞두고 제품수송을 위해 하루평균 25t 트럭 40여대가 필요한 실정이나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송차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업자인 부산상회 김재영 사장은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제수용품으로 수입된 농수산물은 판매시기를 놓칠 경우 판로가 막히고 상품가치도 크게 떨어져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며 "화물파업이 이번주를 넘기게 되면 사실상 올 추석 대목은 끝"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