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투자펀드인 칼라일그룹엔 뭔가 특별한 투자유치 비법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전직 대통령의 자문역 영입과 운용 수수료 면제 등 독특한 방법으로 칼라일은 16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1백60억달러(한화 19조2천억원)를 굴리는 세계 최대 투자펀드로 성장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칼라일의 급성장 배경에는 창립자이자 투자유치 담당 이사이기도 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53)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 명성을 판매하라 =변호사 출신인 루벤스타인은 자금을 끌어모으려면 이른바 '이름 값'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 제임스 베이커 전 미 재무장관, 아서 레빗 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등 정관계 거물들을 '자문역'이란 이름을 붙여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 4월 일리노이주 사학연금펀드 이사회에 아서 레빗 전 SEC 위원장을 강사로 참석시켜 2억2천만달러 투자를 받아낸게 대표적 예다. 일본 산업은행(JDB)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할 때는 관계자들을 일본 내 최고급 오쿠라호텔로 초청, 부시 전 대통령과 사진촬영을 갖도록 해 큰 효과를 봤다. 그 결과 JDB는 지금도 칼라일의 최대 투자자중 한 곳이다. ◆ 투자자 지상주의 =다른 투자펀드들이 자금모집을 아웃소싱하는 것과는 달리 칼라일은 투자유치 전문가를 11명 보유하고 있다. 루벤스타인의 경우도 1년 중 3백일은 고객을 찾아 해외를 다니고 있다.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부유한 외국 정부들은 그의 이같은 노력에 감동, 칼라일에 거액을 맡겼다. 또 칼라일은 자금을 풍부하게 확보하면서도 투자에는 극히 신중하다. 일례로 이 회사 대표 펀드중 하나인 '칼라일 파트너스 3호'는 2000년 39억달러로 출범한 뒤 현재 60%만 투자를 했다. 투자펀드 업계의 문제점은 너무 빨리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라는게 칼라일의 지적이다. 수수료 면제는 칼라일의 또 다른 강점이다. 투자자들이 7∼9%의 수익을 벌기 전까지는 20%의 운용수익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투자금 운용에서 큰 손해를 입었더라도 고객들이 또 다시 칼라일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