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지난 4일 유명을 달리한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미 오래전에 불편한 관계를 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가(家)'의 한 핵심 관계자는 12일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은 `왕자의난'이후 왕래가 끊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자택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여러번 만났었다"며 "외부에서 알려진 것처럼 불편한 관계는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정몽헌 회장을 가리켜 `막내'라는 애칭을 쓸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곤 했다"며 "`막내가 안됐다', `마음이 여려서 걱정이다'는 말도 여러번 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몽구 회장은 대북송금 특검수사나 검찰수사 소식을 듣고사석에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며 "지인들을 통해 동생에 대한 변호에도 적극적으로나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왕자의 난은 형제들간의 싸움이었다기 보다는 가신들간의 싸움이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2000년 후계구도를 둘러싼 `왕자의 난' 이후 경영권 갈등을 빚어온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은 같은해 11월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몰린 정몽헌 회장의 현대건설을 지원하는데 합의, 전격적인 화해무드를 보였으나 이후에도 앙금을 채 풀지 못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3월20일 저녁 청운동 옛 정주영 명예회장 자택에서 열린 제사에도 아들인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사장만 보내는 한편 선영에도 혼자 먼저 다녀와 당시 정몽헌 회장과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었고 지난달 14일 열린 넷째 몽우씨(90년 작고)의 아들 문선씨의 결혼식에서도 두 형제는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는 모습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정몽헌 회장의 5일장 기간내내 서울아산병원 빈소에 머물며 가족회의를 주재하고 조문객을 맞는 등 `맏상제' 역할을 자처, 거의 자리를 뜨지 않았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기도 했었다. 또다른 현대가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정몽헌 회장과의 만남이 사업과 관련지어져 괜한 오해를 불러일키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했으며 이에 따라 공적인 자리에서의 만남은 다소 어색했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 때문에 외부에는 화해를 하지 못한 것처럼 비쳐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