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파업이 타결됨에 따라 올해 산업현장의 노사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올 노동계 하투(여름투쟁)는 상당한 후유증을 남겼다. 특히 고율의 임금인상과 노조의 경영 참여,임금삭감 없는 주5일근무제 도입 등은 앞으로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짐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올 하투가 남긴 것을 시리즈로 조명해본다. "어떻게 연봉을 1천만원 가까이 올려줄 수 있습니까." 현대차 노사가 협상안을 타결하자 중소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은 극심한 박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본급 대비 8.6% 인상이지만 성과급(2백%),생산성 향상 격려금(1백%) 등을 합하면 총액 대비 25%가량 인상된 것이다. 여기에다 임금 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시행,정년 58세 보장 등으로 그야말로 철밥통을 약속받은 귀족노동자들인 셈이다. 현대차 조합원 임금의 절반 수준이라도 따라가려면 하루 10시간 이상을 뼈빠지게 일해도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푸념이다. 친노(親勞)성향인 노무현 대통령까지 대기업 노조를 비판하고 나설 정도다. 그렇다고 일본 등 선진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높은 것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소수의 집단행동이 노동운동으로 포장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 소수파가 과격한 파업을 해 기업을 몰아치고 투자를 내쫓아 결국엔 영세 중소기업과 비정규 노동자,청년 실업자들을 실업 위기로 내몰고 있다. 현대차가 더 이상 신규 생산직을 고용할 수 없는 이유다. ◆노동귀족 노조의 전형 현대차 노조는 지난 87년 노조 설립 이후 지금까지 무분규는 94년 단 한 번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전면파업 1백41일과 부분파업 1백9일 등 총 2백50일을 파업으로 소비했다. 한해 평균 15일을 싸운 셈이다. 올해도 40여일간의 파업과 28차례의 노사협상(본교섭)을 가졌다. 노조의 이러한 파업은 정치투쟁과 연결된다. 회사가 파업으로 손실을 보든 말든 정치적 명분을 내세워 노동계 투쟁에 동력을 제공한다. 월드컵 때도 노동계 투쟁의 전면에 나섰을 정도다. 그러나 파업에 대한 대가는 엄청나다. 중소 협력업체에 엄청난 피해를 주면서도 그들의 임금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월급여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4천5백만원을 웃돈다. 중소업체와의 임금 격차는 무려 3배 이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노사합의로 평균임금이 5천만원을 넘어선 현대차 노조의 투쟁은 한국경제를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58세 정년 보장이라는 철밥통 자리도 차지했다. ◆정치투쟁에 매달린 집행부 노조는 지난 6월 노동계 하투를 이끌 파업 동력을 위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조합원들의 반발로 유사 이래 처음으로 과반수를 겨우 넘겨 파업을 강행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는 산별노조 전환에서도 부결이란 치명타로 이어졌다. 노조집행부의 정치투쟁이 현장조합원들에 의해 배척당했는데도 집행부는 여전히 상급단체인 민노총의 주5일 근무제 투쟁 등에 골몰하고 있고 현장 노동자들은 고율의 임금인상에 연연하면서 사측은 양쪽에 장단을 맞추는 양상이 빚어졌다. 조합원 스스로 비정규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금속노조 가입 등으로 굳이 내 집안 파이를 줄일 필요가 있느냐는 반발의식이 깔려있었다. 이는 결국 현대차 하도급업체인 중소기업 업주와 종업원들은 모기업 분규에 따른 '조업단축과 임금삭감' 등의 피해를 떠안는 동시에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노사 협상력의 차이 현대차에는 현장 노조조직이 무려 10여개에 이른다. 여기서 위원장이 배출되고 파업 강도를 가늠하는 전략이 나온다. 다시 말해 현장 노동조직이 한국 노동운동을 이끄는 셈이다. 이들은 지난 17년간 파업투쟁을 하면서 공권력 투입과 4차례 휴업,1차례 직장폐쇄 조치로 인한 구속사태,해고 등을 당해도 대부분 다시 현장에 복귀해 노사 협상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반해 회사의 협상력은 너무나 미약하다. 노무관리 1개 부서와 경영진이 1백여명이 훨씬 넘는 노동조직과 맞붙으니 판판이 깨질 수밖에 없다. 다년간의 협상 노하우와 파업을 볼모로 한 벼랑 끝 위기를 핵심게임전략으로 삼고 있는 노조,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는 참여정부의 친노정책이 맞물려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