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이 때 아닌 '업무 재편'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일 장ㆍ차관들이 참석한 국정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거듭 언급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공무원 인력은 감축하지 않겠다. 그러나 버릴 사업은 과감히 버리고 새 사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인수위 시절 노 대통령은 행정부처들에 대해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외과적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이번 국정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언급한 것은 주문대로 행정부처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관가는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 4월 각 부처로부터 업무혁신과 관련된 1차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대부분 '버릴게 별로 없다'는 성의없는 계획을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 7월부터 개혁과제를 다시 제출받고 있는 중이다. 일부 부처는 이미 1백여개에 이르는 과제를 제출할 정도로 사업재편 의욕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또다시 이 문제가 거론되자 난감한 표정이다.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은 지난 4일 조회에서 대통령의 이같은 뜻을 전하고 업무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경부는 지난 3월부터 5개월째 내부 업무혁신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인력을 이동시켜야 하는 업무재편을 하는게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기획예산처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성과평가와 장기 재정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재정기획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청와대 주문을 의식해 예산편성 기능은 각 부처로 과감히 이양하되 평가기능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 자체가 존폐위기에 몰릴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는 행정자치부는 더욱 다급하다. 행자부 직장협의회는 지난 2일 간부와 직급대표자들이 참석한 회의를 갖고 '행자부 지킴이 기획단', '정부조직 기능분석단'을 설치키로 의견을 모았다. 말 그대로 '행자부 권한 사수단'인 셈이다. 행자부는 청와대측의 지방분권 확대 방침에 따라 기존 권한과 업무를 상당폭 줄이고 지방으로 이양키로 했다. 대신 행자부는 이미 청와대로부터 외국인 근로자와 탈북자 관리, 전자정부 관장 등의 업무를 주겠다는 메시지를 받은 상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사후 평가 시스템 제도화 등 새 사업 찾기에 분주하다. 건설교통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환경부와 관계가 걸려 있는 '물관리 일원화 문제'에 대한 입장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정부혁신ㆍ지방분권 추진위에서 "다른 부처와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은 빼고 부처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 논의한다"는 쪽으로 정리하는 바람에 별다른 아이디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내년 총선 이후 각 부처의 업무를 조정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각 부처들은 이번 사업 재편을 그 전초전으로 보고 아이디어 짜내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박기호ㆍ박수진ㆍ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