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후보다 살기가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지만 지표상으론 위기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98년에 비해 요즘 상황이 훨씬 낫다. 뒷걸음질쳤던 경제성장률(98년 마이너스 6.7%)은 플러스로 돌아섰고 99년 2월 8.8%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3%대로 뚝 떨어졌다. 지난 98년 기업과 가계를 목졸랐던 고금리도 연 3∼4%대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고 300선을 배회했던 종합주가지수는 7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당시 '돈맥 경화' 현상으로 0.83%(98년 2월)까지 올랐던 어음 부도율은 0.1% 이하로 떨어지는 등 외견상으로는 경제불안을 떨쳐버린 모습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금융권이 무리하게 추진한 가계대출 확대로 가계신용규모(잔액 기준)가 4백39조원(3월말 현재)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경기침체가 맞물려 소비심리는 외환위기 당시에 못지 않은 바닥 상황이다. 현재의 소비심리를 묻는 '소비자 평가지수'는 6월중 62.7로 98년 12월(77.9)보다 안 좋다. 6개월 후 내수시장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 기대지수'도 91.7로 지난 98년 12월의 86.7에 근접해 있다. 전체 실업률은 3%대(6월 3.3%)이지만 학교를 떠난 15∼29세 청년층 4명중 1명은 구직을 포기할 정도로 청년실업 사태가 심각하다. 최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4조5천억원) △금리인하 △법인세ㆍ특소세ㆍ근소세 인하 등 정책처방을 총동원한 것은 그만큼 경기상황이 심각함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