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째 이어져 온 정부와 여.야당간 법인세 인하 공방전이 '인하 불가피론'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인하폭도 1~2%포인트로 최소화한 뒤 단계적으로 낮춰나간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남은 것은 '언제' 내리느냐는 문제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8월중 세법 개정안을 제출,9월 정기국회에서 확정짓는다는 방침인데 비해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내년 이후'를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의석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연내 법 개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지만,정부와 여당이 '시기상조(時機尙早)론'을 들어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인하 필요성엔 모두 공감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일 법인세율 인하와 관련,"경기와 세수를 감안할 때 올해는 그냥 가는 게 맞다"면서도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국들보다 기업의 세부담을 높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열린 고위당직자 회의에서 "올해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은 심리적인 효과만 있을 뿐 금년과 내년에 단 1원의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 모두 인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서둘러 법인세법을 개정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과세대상 법인소득이 1억원 이하일 경우 세율을 15%에서 13%로,1억원 초과분에 적용하는 세율 27%를 26%로 각각 낮추는 방안을 올해 안에 관철시키기로 했다.


한나라당이 '연내 인하 강행' 의지를 보이는 것은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형평성 논란은 사라져


법인세율 인하 문제는 지난 2월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 김 부총리가 '단계적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에는 '조세 형평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론이 청와대 정책실 등에서 제기돼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나라당이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도 '조세 형평성'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노 대통령이 정부쪽 분위기를 바꾸는 데 직접 앞장섰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행사에서 "기업 하는 사람들이 활동무대를 어디로 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법인세율을 갖고 고민한다면 정부는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은 "(노 대통령이) 외국인 전문경영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며 "(과거의 발언에 비해)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느껴진다"고 대통령의 '경제관'이 달라진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성수용 재경부 법인세제 과장은 "법인에 부과되는 세금은 실질적으로 개인들이 분담하는 것이지만 조세저항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며 "형평성보다는 사회 전체의 효율성 차원에서 법인세 인하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수감소분 보전방안이 관건


정부가 '연내 인하'에 반대하는 건 재정이 압박을 받게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8천여억원(올해 세입예산 1백14조9천억원의 0.7%)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최근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올해 법인세 예상수입액을 지난해말 편성한 21조6천억원보다 2조6천억원 늘려 잡았다.


지난해 기업경기가 좋았으므로 더 걷힐 여지가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문제는 올해 경기침체로 인해 내년 법인세 수입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5천억원이 넘는 법인세 감면·비과세 조치를 발표했기 때문에 세수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수감소분을 보전할 재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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