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발표된 참여정부의 '재정.세제개혁 로드맵'은 그간 거론돼온 지방분권 등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공약사항과 함께 예산 자율성과 효율성의 제고, 재정에 대한 국민통제수단의 확보, 그리고 연금을 포함한 전체공공재정의 지출구조 개편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들 정책은 '행정개혁'차원에서는 오랫동안 거론돼온 것이지만 중앙정부 중심의 재정운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방안이라는 점에서 실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 중앙정부 기능.재정 확실히 넘긴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의 이날 발표의 핵심중 하나는 그간 강조돼온 '지방분권'을 지방세 확대, 지방정부의 재정운영상 자율성 제고 등을 통해 재정.세제차원에서 확실히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취약한 지방재정으로 인해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 2002년 현재 광역지자체들의 예산상 재정자립도는 순계기준 57.6%선이나 그나마95.6%인 서울시와 70%대인 광역시,경기도를 빼면 나머지는 20∼30%대에 불과하다. 나아가 군단위로 가면 이 비율은 21.0%로 떨어지고 나머지는 모두 중앙정부의 교부금 등에 의존하고 있다. 이날 로드맵은 현재 80대 20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바꾸기 위해 지방소비세제도를 도입하는 방식 등으로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고 카지노세나 원자력 발전세같은 지역개발세를 지자체들이 신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연초에 조세연구원은 연구보고서에서 부가가치세의 재원일부를 중앙과 지방이 공유하는 일본형 지방소비세제나 교통세의 지방이양을 통해 지방정부의 재원을 늘리는 대신 지역집중도가 높은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주민세 및 비거주자분 및 법인분종합토지세, 등록세 등을 국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12개 항목, 31개 세목을 측정단위로 하는 매우 복잡한 일반교부세 배분기준을 단순화해 지자체가 받을 수 있는 재원을 예측할 수 있게 하고 특히, 지방양여금 제도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잡다한 국고보조금을 통폐합한 '포괄보조금'을 마련, 중앙에서 받는 재원이라도 지자체가 자율성을 갖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아울러 중앙부처가 수행하는 11조원 규모의 국고보조금 사업 상당분은 물론, 2005년부터 경찰,교육, 사회간접자본(SOC) 시설관리 부분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중앙에서 지방에 내려보낸 예산편성지침을 폐지하는 방안은 중앙정부의 통제기능을 재정과함께 지방에 넘겨 실질적 지방분권을 하겠다는 정책의지로 풀이된다. ◆ 중앙정부 재정.세제도 수술= 로드맵은 지방분권을 위한 재정개편외에 중앙정부의 재정.세제 체계도 '도마'위에 올랐다. 로드맵은 우선 2004년 예산부터 예산당국이 부처별 총액을 할당하면 사업별 배분을 해당 부처가 결정할 수 있는 이른바 '톱-다운(사전배분)방식' 재정운용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예산은 물론, 기금까지 포괄한 각 재정사업에 대해 성과목표와 지표를 개발한 뒤 성과계획서와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성과관리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던 재정운용체계를 혁신하는 장기플랜도 내세웠다. 그러나 과거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이 60년대 이래 줄기차게 성과주의 예산제도나 제로베이스 예산제 등 성과지향적 재정운용개혁을 추진해왔음에도 획기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참여정부 출범초기부터 논란을 빚어온 법인세제 개편은 2005년부터 시행되는 '조세체계의 합리적 개편'방안의 일환으로 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단기과제에서 벗어나 중기적 과제로 분류되게 됐다. ◆ '국민소송제'로 재정통제= 로드맵이 제시한 중요한 과제중 하나는 국민의 재정참여확대다. 이중 정부회계의 발생주의, 복식부기 도입이나 통합재정정보 시스템을 통한 실시간 재정상황공개는 이미 이전 정부때부터 추진되던 것이나 2005년부터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국민소송제'는 방만하고 무책임하게 운영되던 정부재정의 운영체계를 바꿔놓을 통제수단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국민소송제'(납세자 소송제)는 세금을 내는 일반 국민들이 정부의 재정운용 합법성을 소송제기를 통해 감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정부 재정분야에서 마치기업에 대한 '증권집단소송제'와 유사한 기능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공적연금과 정부 지출구조 개편효과는 미지수= 로드맵은 이미 고갈상태를 보이고 있는 군인,공무원연금과 중장기적 재정부족이 불가피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에 대한 수술을 2005년부터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대부분 공적연금이 '고급여-저부담'의 기형적 체계로 국내외 연구기관들로부터 개편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돼왔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나머지 특수분야별 연금간의 형평성 확보와 정치적 저항 가능성은 현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드맵'은 또 정부예산중 현재 25%가 넘는 경제개발비 비중을 낮추는 한편 '돈먹는 하마'라는 지적을 받아온, 농업,중소기업 지원예산, 연구개발(R&D)예산 등에 대한 지출 효율성 제고에 노력하고 13%선인 복지비 등 사회개발비 비중을 확대해 성장.분배의 상승효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이들 '효율성 제고'대상 예산의 대부분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편성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을 감축하고 감시강도를 높여 효율성을 확보하고 여기서 확보된 재원을 사회개발비로 넘긴다는 부분 역시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