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SK글로벌[01740]이 이번 주에 법정관리로 직행한다. 일말의 가능성이 엿보이던해외 채권단과의 채무재조정 협상이 사실상 무망해졌기 때문이다. 법정관리에 극력반대하던 SK측이 동의 의사를 밝히고 나서면서 "법원으로 가기 위한 여건이 모두 충족됐다"(채권단 관계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정관리 신청 이후 정상화 과정에 `리스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법정관리를 통한 새로운 기업 회생 모델을 만들어 가는 예를 금융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법정관리 결의 즉시 신청 지난 18일 채권단 운영위원회가 내린 결론은 오는 24일 법정관리를 결의하는대로 법원에 신청서를 접수시킨다는 것이다. 이미 `방향'이 굳혀진 이상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절차'를 신속히 진행시키자는 취지다. 그동안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채권단 일각에서는 `속도 조절론'이 대두돼 온 게사실이다. 법정관리를 결의해도 해외 채권단에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 2-3주일 동안 법정관리 신청을 유보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의견은 해외 채권단과의 협상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고 법정관리를 통해 신속히 회생 절차를 진행하자는 대세에 밀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처럼 채권단이 법정관리행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데에는 SK㈜의 동조 움직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채권단이 마련한 사전 정리계획안의 대전제가 SK㈜를 포함한 SK계열사들의 지원이다. 따라서 법정관리 신청시 출자전환 등 각종 지원을 무효화하겠다던 SK㈜ 이사회가 지원 의사를 밝힘으로써 채권단의 법정관리행(行)은 강한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 해외 채권단과의 협상은 사실상 `끝' 채권단의 전반적 분위기로 볼 때 해외 채권단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해외 채권단이 `100%+α' 회수 요구를 40%선까지 낮추지 않으면 협상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는게 채권단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해외 채권단이 느닷 없이 꼬리를 내려 다시 협상을 하자고 할까 봐 오히려 두렵다"며 "해외 채권단은 더 이상 고려할만한 변수가 못된다"고강조했다. 해외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자문사를 통해 협상 재개와 관련한 의사 타진을 해오고 있으나 국내 채권단의 요구 수준을 수용할만한 입장의 변화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채권단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 법정관리 들어가도 바이 아웃 채권단이 잠정적으로 마련한 사전 정리계획안은 기존 채무재조정안에 포함돼 있던 캐시 바이 아웃(CBO. 채권 현금 매입) 프로그램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 주목할만 사항이다. 지금까지 사전 정리계획에 의한 법정관리는 한 두 차례 있었으나 CBO를 도입한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CBO 프로그램이 실행될 경우 채권단의 워크 아웃방안이 명실상부하게 법정관리 과정에서 구현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채권단은 다만 CBO 규모를 당초 2조8천억원에서 1조7천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비율도 30%에서 28%로 하향조정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신규 자금 지원이 동결되는만큼 `실탄(가용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17일 채무재조정 결의 때 CBO 신청 규모는 1조1천500억원 수준이었지만이번에는 신청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채권단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법정관리를 통한 정상화 과정에 동참하기보다는 신속히 손실을 털고 나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기관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 `회생형' 법정관리 때에는 상장 유지시켜야 그러나 이번 SK글로벌 법정관리가 `회생형'이 되기까지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법정관리 신청 즉시 상장이 폐지되도록 하고 있는 증권거래소 규정과 금융감독위원회 관련 법규가 문제다. 물론 SK글로벌만을 예외로 하자는 것처럼 비쳐질 소지도 있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상장을 폐지시키는 것은 기업 가치 훼손과 함께 기업의 회생의지를 꺾는다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지법 파산부도 이 같은 규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SK글로벌이 상장 폐지될경우 법정관리인으로 하여금 금감위를 상대로 `상장 폐지 취소 청구 소송'을 내도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마련한 사전 정리계획안을 법원이 얼마나 인정해 줄 지의 여부도 SK글로벌 회생 여부에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채권단은 법정관리 신청 이후한 달여 동안 법원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사전 정리계획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법원의 보수적인 태도로 볼 때 채권단의 의도와는 달리 자칫 `참고'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SK그룹의 지원 문제는 소버린을 포함한 해외 대주주와 소액 주주,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여전히 가변적인 것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