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8일 "주5일 근무제에 관한 입법화가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가 독일처럼 주35시간 근무제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해야 할 것은 독일식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아니라 영ㆍ미식 경제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주최 최고경영자 하계세미나중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속노사의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타결 이후 기업들은 이런 형태의 주5일 근무제가 확산돼 독일처럼 가게 될 것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회장은 "주5일 근무제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주5일 근무제를 연착륙시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17일이나 되는 각종 공휴일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줄여야 한다"며 "어떻게 선진국이나 경쟁국보다 더 놀면서 더 많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최근 논란을 빚은 네덜란드식 노사합의 모델(임금인상은 줄이는 대신 노조의 경영참여를 일부 보장)에 대해서는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의 본의가 와전된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앞으로 2년간 노사관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재계도 이를 지켜보는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청와대 사람들의 얘기엔 1백% 동의하지만 방향에는 동의하는 것도 있고 찬동하지 않는 것도 있다"며 참여정부의 정책을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박 회장은 자신이 정부에 대해 강경발언을 할 것이란 예상을 의식한 듯 "주변에서 '노비어천가(盧飛御天歌)'식으로 말하라는 충고를 들었다"고 말하고 "정부와 경제단체는 같은 배를 타야 하는 만큼 상의도 정부에 시비를 거는게 아니라 회원의 이익을 도모하면서 정부 정책에 재계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에서도 가족 지배와 전문경영인 제도를 자신들의 실정에 맞춰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곳이 많다"며 "기업지배구조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라고 설명했다. 서귀포=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