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던 벤처캐피털업계의 대출채권유동화증권(CLO) 문제가 지급보증조건 수정을 전제로 만기를 1년 연장하는 것으로 임시 봉합 처리됐다. 신종 증권인 CLO(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는 벤처캐피털회사가 투자지분 등을 담보로 2년 전에 발행했던 일종의 자산담보부 증권이다. 이 신종증권 발행으로 벤처캐피털회사들은 모두 7백65억원의 벤처투자 자금을 확보했으나 불경기 속에서 금년 6월부터 상환 만기에 직면했다. 13일 벤처캐피털업계와 기술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CLO로 인해 벤처캐피털회사들이 금년 6월에 갚아야 될 금액은 3백10억원이다. 무한투자(80억원),넥스트벤처투자(70억원),한국아이티벤처투자(50억원),메리디안 창업투자(30억원),YB파트너스(30억원),토러스 벤처캐피탈(20억원),INB골드문VH(20억원),드림벤처캐피탈(10억원) 등 8개사가 상환 만기일을 맞았다. 이중 지난달 말 만기에 상환된 금액은 76억원에 불과했다. 드림벤처캐피탈과 메리디안 창업투자 등 2개사만 전액 상환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창투사들은 전액 만기 연장을 요청했거나 일부 상환에만 응했다"고 전했다. 창투사 등록이 취소된 INB골드문VH의 경우 상환이 불가능해 지급보증을 선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변제할 입장에 처했다. 기술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금년 6월 만기분인 3백10억원 중 2백14억원에 대한 상환만기를 1년 연장하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기 연장 전제조건으로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 범위를 기존 1백%에서 90%로 축소했다"고 덧붙였다. 벤처캐피털업계에서는 상환 만기 1년 연장을 임시 봉합 조치로 풀이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털회사가 1년 안에 불황을 탈출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찾아보기 힘든데다 금년 하반기와 내년 중에 3백50억원 규모의 새로운 CLO만기 상환 요구가 잇따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털협회 관계자는 "벤처캐피털회사들이 벤처 기업 상장으로 투자액을 대거 회수할 수 있도록 코스닥시장이 강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CLO로 인한 유동성 우려는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