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로널드 매키넌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비롯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과 휴버트 나이스 도이체방크 아시아 담당 회장,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 교수 등이 30일 한국경제신문과 각각 인터뷰를 가졌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시절 한국의 응급 거시경제정책 수립에 직ㆍ간접적으로 역할을 담당했던 이들 4명의 석학은 "투명성과 예측가능성, 일관성에 바탕을 둔 정부 정책과 시장기능 제고를 통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30일 "한국의 적대적 노사관계가 외국인 직접투자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존스턴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1997년 이후 활발한 구조조정으로 5백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지만 아직 외국인 직접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로 다른 OECD 회원국보다 적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OECD 회원국중 근로자 해고비용이 가장 높을 만큼 한국의 노동시장은 경직돼 있다"며 "시장 투명성 못지 않게 노동 유연성 확보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위한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의 불안한 노사관계와 잇단 불법 집단행동과 관련, 그는 "정부는 '공정한 브로커'가 돼야 한다"며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듯한 노사정위원회의 갈등 조정을 통한 사회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존스턴 사무총장은 한국의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해 "1ㆍ4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7%에 그쳤지만 한국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며 "효율적인 재정정책과 기업의욕 회복이 전제된다면 내년에는 6∼7%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거시정책뿐 아니라 사회안전망 확충과 교육개혁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존스턴 사무총장은 한국사회가 고령화되면서 국민연금 지급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등 사회복지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나타날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한국은 20년 안에 65세 이상 인구가 14%로 증가해 사회복지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며 "보험료를 인상하고 수급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연금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과다한 사회보장제도로 노동의욕 감퇴와 만성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추진과 관련, 존스턴 사무총장은 "아무리 훌륭한 조세제도와 정책이 있어도 인적 요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브국가가 될 수 없다"며 "학교의 자율성을 높여 수요자인 학생의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교육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 약력 > . 캐나다 국회의원, 재무ㆍ과기ㆍ사법부 장관 등 역임 . 베스트셀러 '정치회상록' 등 조세ㆍ법률ㆍ공공행정 관련 논문 다수 . 현 OECD 사무총장 (1996~ )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