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망명과 강제 징용으로 얼어붙었던 동토 사할린이 '오일 머니'로 후끈 달아올랐다. 사할린주는 58만여명의 인구 중 4만여명이 일제 때 징용으로 끌려간 한국인과 그들의 후손으로 구성된 러시아 동북부 섬이다. 뉴욕타임스는 사할린 북부 오호츠크 해상에서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돼 사할린이 '동북아시아의 쿠웨이트'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2005년 첫 생산을 시작,6차까지 진행될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는 1차 투자액만 2백20억달러로 대러시아 외국인 투자사상 최대 규모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국적 에너지 회사들이 오일머니를 싸들고 사할린에 몰려들면서,지난 봄 주도 유주노사할린스크에 문을 연 루빈호텔 스위트룸 34개는 2005년까지 예약이 이미 끝났다. 가솔린 소비량도 지난 5년 간 7배 늘었다. 최근 모스크바 직항 노선이 개통된 데 이어 미국 앵커리지(알레스카주) 및 휴스턴(텍사스주)과도 곧 연결된다. 올 여름에는 인터내셔널 스쿨 1호가 문을 열고 스키 리조트 두 곳과 10만 회선 규모의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 공사도 곧 착공될 예정이다. 반대급부로 지난해 물가가 17% 뛰었다. 특히 쓸만한 아파트 값은 2년 전에 비해 세 배 정도 급등했다. 뉴욕타임스는 "개발 혜택을 누리는 계층은 아직 10%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오일 머니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다리 건설,도로 포장,항구 재건과 같은 노동집약적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