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가 회복되면서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들의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움직임은 증시를 비롯한 대내외 금융시장과 경제 주체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투자 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고 있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이미 글로벌 펀드들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그동안 기피해왔던 국가 혹은 지역에 대한 투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다. 올들어 자금의 유입 속도로 본다면 일본과 인도,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이 가장 빠르다. 특히 부동산을 중심으로 저평가 인식이 강한 일본과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많은 투자이익이 기대되는 이라크에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둘째,투자원금에 대비한 총투자 가능금액인 레버리지(leverage)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새로운 변화다. 최근 들어 다시 글로벌 펀드들의 투기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투자패턴이다. 헤지펀드의 경우 아시아 외환위기와 러시아 채무불이행 당시 20배까지 올라갔던 레버리지 비율이 2000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 침체과정에서 5배 이하로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다시 10배 이상으로 회복되고 있다. 종전과 달리 헤지펀드 이외의 글로벌 펀드들의 레버리지 비율도 함께 올라가고 있는 것은 그만큼 투기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투자 대상과의 관계가 '수동적'에서 '능동적' 지위로 바뀌고 있다. 즉 종전에는 투자해 놓고 수익을 기다렸으나 최근에는 투자이익이 기대되는 대상을 매입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펀드들의 벌처펀드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이제는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의 회생 가능한 기업을 매수해 예정된 수순에 따라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뒤 다시 매각하는 투자패턴이 보편화된 상태다. 동시에 인수·합병(M&A)시 경영권 취득 여부에 따라 구분되는 우호적 M&A와 적대적 M&A와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최근 이뤄지는 M&A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지분을 늘려나가는 적대적 M&A의 성격을 띠는 경향이 뚜렷하다. 넷째,갈수록 개인들의 자금이 펀드화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글로벌 펀드들의 영향력이 이제는 피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는 개인들이 모든 금융활동에 있어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에 세계증시가 회복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은 각종 글로벌 펀드들이 종전에 비해 투기펀드 혹은 벌처펀드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펀드간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경제 주체들은 글로벌 펀드들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당국은 국내에 유입되는 글로벌 자금의 성향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 구축과 구축시에는 제대로 작동되는지 그 실효성을 검토해놓을 필요가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지분의 변동상황과 성격을 파악해놓는 관행을 길러야 한다. 특히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순간에 백기사가 될 수 있는 우호지분을 확보해 놓는 것이 경영의 핵심이 됐다. 마지막으로 개인 차원에서도 독립적인 잣대를 설정해 재테크에 임해야 할 시점이 됐다. 이런 차원에서 개인들이 이번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에 부화뇌동할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