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회장은 21일 런던발 서울행 KE908편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약 30분동안 기업과 정부와의 관계, LG그룹의 미래구상, 국민소득 2만달러 등 경제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고 소탈하게 털어놨다. 이날 간담회에는 뉴욕, 보스턴, 런던에서 열린 민관 합동경제설명회에 참가했던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도 자리를 함께 했다. 다음은 구 회장과의 일문일답. --기업인으로서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외국인 투자를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인들을 더 격려해 달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잘한다 잘한다 하면 투자 많이 할 거다. 신바람 나게 해주면 기업들이 투자 많이 할 텐데 요즘은 그런 게 부족한 거 같다. 지도자가 참 중요하다. 박정희 대통령 때는 기업인들을 많이 격려했고 기업인들도 열심히 했다. --핵심인재 유치는 잘 되고 있나 ▲한 두 사람의 천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천재는 오히려 따돌림 당하기 쉽고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그보다는 훌륭한 CEO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CEO는 미래를 내다보고 경영을 잘할 수 있는 CEO여야 한다. --훌륭한 CEO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내부발탁도 중요하지만 아웃소싱도 해야하지 않는가 ▲아웃소싱해야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도 발굴하겠다. 우리는 스톡옵션은 안주지만 많이 받는 CEO는 20억원 이상 받는다. --요즘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 ▲R&D와 핵심인재 육성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 정.재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데 ▲국민소득 2만달러가 되려면 무엇보다 노사관계가 안정되고 외국인투자를 많이유치해야 한다. 노조가 깃발을 흔들면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없다. 우리도 88년에 노사갈등이 심했다. 이것이 좋은 경험이 됐다. 노조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성과급주는 것인데 우리 노조는 R&D를 잘한 사람들에게 성과급으로 주라고 노조비를 지원해줬다. 고맙게 생각한다. --SK사태에 대한 법원 판결로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어려워지지 않겠는가 ▲나는 그런데 취미없다. 학교 다닐 때 급장도 한적이 없다. 우리 회사 사람들중에 몇몇은 왜 전경련 회비를 내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 지주회사에 추가로 편입될 회사가 있는가 ▲우리가 키워서 상장하는 것만 제외하곤 없다. 지주회사로 가서 내가 할 일이많이 줄었다. 나는 CEO들을 잘 독려해서 이익을 많이 내고 배당을 받는 일밖에 없다. --LG그룹의 장기적인 구도는 ▲앞으로 1년 후면 구씨 허씨간 개별 경영체제로 갈거다. LG칼텍스는 허씨에게가고 건설 유통도 허씨가 맡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계속 구-허씨 협력체제를 유지할 것이고 10% 정도의 사업은 공유할거다. 앞으로 LG브랜드 사용료도 받을거다. LG화재는 현재 LG마크를 안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거때 본 것 만으로는 미국에 가서 잘할까 매우 걱정했는데 참 잘하더라. 소탈하고 화통하다. 머리회전이 빠르고 변신이 빠르다. 미국에서 매우 잘했다. 잘하고 있고 많이 바뀌었다. --7월 대통령 방중 때 중국에 갈 것인가 ▲가야죠. 7월에 대통령 방중에 정부가 부르면 가겠다. 중국에 가면 삼성, LG가도배를 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참 잘하고 있다. 대통령이 현장을 보고 현실을 봐야 한다. --중국투자도 적극적으로 할 것인가 ▲중국의 생산성이 한국의 85%인데 임금은 8분의 1이다. 이를 보고 노조들도 많이 깨닫고 있다. 톈진, 난징, 광저우, 장쑤 등에서 투자를 할 것이다. 특히 난징은 일본인들이 학살사건 때문에 못 들어가는 곳이다. --중국 투자를 한국 투자보다 더 많이 할 것인가 ▲중국에서는 투자비는 별로 안든다. 핵심기술 부문은 한국에서 투자한다. --중국이 무섭지 않나. 3-4년내에 중국이 다 따라잡을 것이다는 말이 있다 ▲저가품은 중국이 다 할 것이다. 우리도 저가품은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1등 LG' 말고 새로운 모토를 내놔야 하지 않겠는가 ▲밤에 잠이 안온다. 요즘 걱정 때문에 잠이 안온다. --LCD등에서 삼성과 많이 경쟁하는데 ▲경쟁할 회사가 있어서 좋다. 서로 경쟁하니까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LG는 구씨 허씨간도 그렇고 합작경영을 잘하는 것 같다. 합작 경영의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파트너를 존중하고 회계투명성이 있어야 한다. 투명하지 않으면 어느 외국회사가 합작하겠는가. 우리는 오래전부터 여러 회사와 합작을 유지하고 있다. 구씨와 허씨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현장경영을 계속할 것인가 ▲카자흐스탄과 노르웨이 갔는데 직원들이 많이 고생하더라. 내가 이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많이 현장가서 격려하겠다. 특히 오지를 많이 가겠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로 불편하지 않나 ▲잘못한게 있으면 조사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정부와 기업이 보는 기준이 서로다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