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진행상황을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던 지방순회 설명회가 농민단체의 저지로 잇따라 무산됐다. 특히 이번 설명회 무산은 최근 국회처리 일정이 불투명해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와 겹치면서 정부의 통상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3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전국 9개 도시에서열릴 예정이던 DDA 지방순회 설명회 중 7개 설명회가 잇따라 무산되거나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당초 수원, 원주, 전주, 창원, 대구, 대전, 광주, 제주, 청주 등에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수원과 전주 행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설명회는 농민단체의 실력저지로 무산되거나 아예 열리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원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설명회는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한국농업경영인 강원도연합회 회원 등 20여명이 행사장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는바람에 20여분만에 무산됐다. 이들 농민단체는 "WTO 협상의 최대 피해자는 농민인데도 설명회와 관련해 농민단체에 어떤 공식적 요청도 없었다"며 "형식적 설명회를 거쳐 협상을 강행하려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실패로 한국농업은 철저히 몰락해왔다"며 농업협상에 따른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4일과 5일 창원과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던 설명회도 전농과 한농 소속 농민들의 저지로 모두 무산됐다. 농민들은 "농촌이 가장 바쁜 농번기에 설명회를 개최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농민을 배제하려 했다"며 "농민들은 한.칠레 FTA의 조속한 국회비준을 위한 여론몰이에분노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예정돼 있던 대전, 광주,제주, 청주 설명회를 무기한 연기함으로써 사실상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 정부 관계자는 "오는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제5차 WTO 각료회의를 앞두고협상진행 상황과 정부대책을 설명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명회를 마련했는데 행사진행이 도저히 불가능해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