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가동률이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떨어지고 부도가 늘어나는데 은행들은 돈줄을 죄고 있다. 사업하지 말라는 얘기냐." 12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 피코크룸.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중소기업 대표와 금융회사 대표간의 간담회에선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의 불만과 애환이 쏟아져 나왔다. 중소업체의 경영위기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이날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은 "대출금 조기상환 지양, 금융회사의 영업점장 전결권 확대, 과도한 추가담보 요구자제, 개별기업의 신용대출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 김영수 기협 회장 =중소기업들의 가동률이 급락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금융회사들이 자금줄을 죄면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경영을 하겠는가. 해외 바이어로부터 36만달러를 수주한 대구의 한 직물업체는 운영자금 7억원을 대출받기 위해 모 은행을 찾아갔지만 거절당해 월 5% 안팎의 사채를 이용하고 있다. ▲ 정현도 제과제빵조합 이사장 =안산에서 볼트를 생산하는 한 중소업체는 갑자기 거래은행에서 담보인정비율을 부동산가격의 80%에서 64%로 낮추고 보증인을 추가로 세우라는 요구까지 받았다. 인천의 흄관 생산업체는 사스로 중국으로의 수출이 중단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1억5천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2개월 연체했다. 그런데 거래은행에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채 대출금을 빨리 갚으라고 독촉하고 있다. ▲ 구평길 부직포조합 이사장 =특히 소기업들이 금융회사의 외면으로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부평에서 문구를 생산하는 한 중소업체는 최근 일시적인 경영악화로 1천만원의 단기급전이 필요해 상호신용금고를 찾았는데 거들떠보지도 않아 월 4%의 사채를 쓰고 있다. ▲ 김종창 기업은행장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용대출확대나 지점장 전결권 확대 등 지원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 중소기업에서 자구노력을 할 경우 은행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 ▲ 서동면 우리은행 부행장 =중소기업들의 애환을 실감나게 들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설테니 중소기업들도 회계투명성 확보에 노력해 달라.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수 기협중앙회장 등 중소기업 대표 5명과 금융회사(기관)에서 김종창 기업은행장, 배영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지묵 농협 신용부문 대표, 홍기택 국민은행 부행장, 서동면 우리은행 부행장, 김종열 하나은행 부행장, 조우섭 신한은행 부행장, 이명섭 한미은행 부행장, 박영식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 등 9명이 참석했다. 정리=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