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 처리를 미루겠다고 밝힘에 따라 통상정책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겠다는 정치권 입장과 상관없이 비준안 국회제출을 강행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비준안에 대해 11일 대통령 재가를 받았다"며 "대통령 결재가 이뤄진 이상 비준안을 계속 갖고 있을 수 없는 만큼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식 서명한 협정의 비준을 마냥 미룰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한.칠레 FTA 비준의 당위성은 크게 세가지를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비준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가 곤두박질한다는 것이다. 수년간의 외교접촉을 통해 체결한 협정을 비준하지 않을 경우 신뢰도 추락은 물론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를 FTA 상대로 인정하지 않아 국제통상 분야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중화경제권을 이루고 있는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을 제외하면 145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FTA를 맺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몽골뿐이라는 것이다. 또 한.칠레 FTA가 빨리 발효될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협정 발효가 미뤄지고 있는 사이 우리나라의 칠레 수입시장 점유율 순위는 작년 1-4월 2위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5위로 떨어졌다고 정부는 전했다. 칠레는 협정 발효 즉시 자동차와 휴대전화기, 컴퓨터, 기계류 등 우리의 대 칠레 수출품목의 66%에 해당하는 2천300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쌀, 사과, 배 등을 예외품목으로 하고 포도도 계절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개방에 따른 농업 피해도 최소화했다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FTA 정책이 한.칠레 협정 비준 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비준안 통과가 필요한 이유로 꼽는다. 세계 각국이 대부분 쓰고 있는 통상도구인 FTA를 우리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준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7-8월 임시국회, 9월 정기국회, 내년 총선 이후 국회 등에 걸쳐 계속 비준안 처리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칠레 FTA 비준 문제는 대외경제 정책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정치권과 농민단체 등 모두가 국익에 바탕한 협력을 통해 문제가 이른 시일내에 원만히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