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성본부가 29일 발표한 '해외소비자 동향'에 나타난 한국 브랜드의 현주소는 참담하다. 삼성을 제외하고는 국내 어느 기업도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그것도 미국 유럽 등 먼 나라가 아닌 바로 '앞마당'으로 여겨온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서 조사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삼성휴대폰만 체면 유지=이번에 조사한 이동통신단말기,노트북PC,DVD플레이어,남성용 수동면도기,여성용 기초화장품 등 5개 품목에서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로 '인정'받은 회사는 삼성 하나뿐이다. 삼성은 이동통신단말기(애니콜) 노트북PC DVD플레이어 등에서 순위에 올랐다. 남성용 수동면도기 부문에서 '도루코'가 언급되긴 했으나 비사용자의 1%만이 '나중에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하는 데 그칠 정도로 저조한 수준이다. 다른 국내 업체들은 '이름'도 없었다. 생산성본부 브랜드경영센터 조병탁 센터장은 "일부 대기업의 이름이 나오긴 했으나 직접 제품과 연결지어 브랜드로 기억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국가 브랜드도 낮은 수준=한국 제품에 대한 아시아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중상(中上)'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 7천7백76명 중 41%의 응답자가 긍정적인 반응(5점 만점 중 4점 이상)을 보였다. 평균은 3.32점에 그쳤다. 특히 대만의 경우는 한국 제품의 전반적 이미지에 대해 평균 2.84점을 매겨 중국 베이징(3.45) 선양(3.7)에서보다 훨씬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성본부는 "모든 제품에서 각 지역별로 선호하는 국가가 분명히 존재하며 원산지 이미지가 제품 구매시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비사용자 3천6백95명을 대상으로 각 제품별로 선호하는 제조국가를 조사한 결과 이동통신단말기 노트북PC DVD플레이어 등에서는 일본 제품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해야 하나=선진국의 사례대로 국가 브랜드 제고 방안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품질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고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국가이미지 전략을 실행했다. 프랑스는 '알리앙스 프랑세스' '프랑스 문화원' 등을 활용해 문화국가로서의 이미지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업과 정부가 상호 공조해 주력 상품 또는 유망 상품 등에 대한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제고함으로써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생산성본부의 주장이다. 생산성본부 김재현 회장은 "브랜드 경영을 위한 제반 투자비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