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변 국가들은 외국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신속하게 내놓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으니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8일 주한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맹공을 받았다. 김 부총리는 이날 주한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주최로 힐튼 호텔에서 열린 초청간담회에 참석, 외국 기업들에 대한 각종 규제 개선방안과 북핵 문제 해결 등에 관련된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김 장관의 발표 후 일문일답 시간이 되자 외국인 CEO들은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쌓인 불만들을 쏟아냈다. 디터 로데 루프트한자 한국지사장은 "최근 사스와 이라크 전쟁으로 한국에 주재한 외국항공사들이 사상 최대의 경영 위기를 맞았다"며 "한국 주변국가들은 외국 항공사들을 위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했지만 한국 정부는 2개월동안 여러 차례 대책을 요청했는데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라고 질타했다. 당황한 김 부총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좋은 제안을 해주시면 참작하겠다"고 얼버무렸다. 그러나 로데 사장은 "이미 건설교통부에 이 문제와 관련해 대책 마련을 제안했지만 건교부에서는 자기 소관사항이 아니라 민간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 CEO들의 날카로운 지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프란츠 허만 헐링거 바이에른주은행 한국대표는 "최근 SK글로벌 사태는 국내 경기뿐 아니라 한국의 국제 신용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인데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결과도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외국계 은행들은 한국 은행들에 비해 법 제도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거나 지원할 경우 모럴 해저드와 우리 경제에 대한 대내외 신용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과 은행 제도개혁도 외국 CEO들의 관심사였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은행위원회 제프로이 들라시스 위원장은 "SK글로벌 사태와 신용카드사의 부실, 중소기업의 리스크 증가 등으로 한국 경기 전망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하자 김 부총리는 "카드사들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하반기에는 대부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