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의 대달러 환율이 27일 사상 최고치를기록한데 이어 당분간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유로권 경제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유로화 환율이 이날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환시에서 출범 당시의 1.20달러를 넘어선 것은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항하는 유로화의 잠재적 가치를확인시켜준 효과가 있다. 물론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치와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 경제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 유로화 환율 상승은 유럽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나 유로화 가치자체의 상승이 아니라는 지적도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화가 국제 외환시장에 단기간에 정착하고 `영구무변한것처럼 보이던 달러화 지배 하의 외환시장 구조'를 뒤흔들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일단 유로화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유로화 강세는 또 세계 경기 부침을 좌우하는 미국 경제 회생에도 일단 긍정적인 영향을 줘 유로권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미국의 수출이 늘고 경기가 되살아나면 유로권의 대미수출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미국 기업과 대미 수출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분야에 한정될 수될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로서는 유로화 강세로 인해 수입제품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물가 하락의 덕을 볼 수 있다. 특히 원유 도입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어 그동안 치솟았던 휘발유값이 다시 내려갈 수 있다. 미국 출장이나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비싼 유로화' 덕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로화 강세는 유로권 수출기업들에겐 치명적이다. 대달러 환율이 오른만큼 수출가격이 저절로 오른 셈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을 비롯해 대미 수출비중이 큰 유로권 국가 수출기업들은 이미 가격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7일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3월중 유로존 12개 국가의 무역수지 흑자가 46억유로로 작년 동기 135억유로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 기간 수출은 5% 감소한 872억유로에 그친 반면 수입은 5.5% 증가한 826억유로로 집계됐다. 이로써 1분기 유로존 무역흑자폭은 143억유로로 작년 같은 기간 267억유로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유로권 국가의 역내 거래 비중이 크더라도 대미 무역흑자감소 또는 적자 반전은 유로권 경제의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 이에 따른 경제침체와고용상황 악화, 소득저하 등에 따른 피해도 바로 일반 국민에게 돌아간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