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자구안 제출이 지연되고 있다. 25일 SK그룹과 채권단에 따르면 SK그룹은 SK㈜의 출자전환 규모를 확정짓지 못해 당초 24일까지 내기로 했던 그룹 차원의 SK글로벌 정상화 지원안을 내지 못했다. SK그룹은 핵심쟁점이 되고 있는 SK㈜의 출자전환 규모를 국내 매출채권 4천억원, 해외 매출채권 6천억원 등 1조원으로 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으나 채권단이강력 반발해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SK㈜가 출자전환하겠다고 제시한 해외 매출채권 6천억원은 SK글로벌 해외법인이 청산되면 어차피 휴지가 되는 만큼 탕감대상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SK㈜가 이를 출자전환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글로벌 해외법인은 청산이 불가피한 만큼 SK㈜가 보유하고 있는 SK글로벌에 대한 해외 매출채권은 어차피 휴지가 되는 채권"이라며 "이를 출자전환 규모에 포함시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SK㈜측에 해외 매출채권의 탕감과 함께 국내 매출채권 1조5천억원 전액의 출자전환을 거듭 요구했다. 반면 SK㈜는 이미 SK글로벌에 대한 투자유가증권 6천500억원을 전액 손실처리한데다 SK그룹에서 향후 7년간 매년 2천억원씩 총 1조4천억원의 영업이익을 SK글로벌에 창출해주기로 한 상황에서 1조5천억원의 매출채권 전액을 출자전환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순매출채권의 경우 채권단의 금융채권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설사 SK글로벌이 청산되더라도 대부분 회수할 수 있어 채권단이 SK글로벌 청산시 이 채권은 모두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며 압박을 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SK㈜ 관계자는 "채권단은 판례상 대주주의 순매출채권이 금융채권보다 후순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부실에 기여했을 경우"라며 "SK㈜의 경우 부실 기여는 커녕 그동안 SK글로벌을 사실상 지원해왔기 때문에 청산시 매출채권이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채권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자전환 규모는 어디까지나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면서 "채권단이 자신들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상대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는 특히 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이 주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무리한 출자전환시 참여연대와 노동조합 등에서 등기이사에 대한 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채권 전액 출자전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글로벌을 정상화시킨다는 기본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나 모든 사안이 계열사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사들이 고발되면서까지 승인을 해줄 수 있겠느냐"면서 "채권단과 계속 타협점을 찾고 있지만 끝내 절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SK그룹은 SK㈜의 출자전환 규모에 대한 채권단과의 재협의 과정을 거쳐 이번주 초까지는 최종 자구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SK㈜의 출자전환과 함께 SK글로벌이 보유중인 워커힐호텔 주식 9.68%와 SK생명 주식 71.72% 등 유가증권 및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 1조원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onhapnews